“저, 잠깐만요!”
“아, 네. 뭐 잘못된 거라도….”
“아니 그게 아니고요…. 저 오늘 저녁 저희 집에 오셔서 같이 식사하지 않을래요? 그냥 저희 집에 고양이가 있는데 한번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어이없어하는 남자.
서울 마포구 신수동 우편취급소에서 일하는 정혜(김지수)는 말이 없는 여자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편물을 접수하고 정리하다 집에 가면 혼자 홈쇼핑 TV를 본다. 가끔 동료들과 호프집에 가 맥주를 마시기도 하지만 사람과 썩 잘 어울리는 편은 못 된다. 이 여자는 너무 조용하고 지나치게 평범해서 오히려 이상해 보인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이름도 모르는 남자, 가끔 우편취급소에 들러 빠른 등기로 원고를 어딘가에 보내는 작가(황정민)에게 말을 붙인다.
우편취급소 장면은 실제로 신수동 우편취급소에서 주말마다 조금씩 촬영한 것이며, 정혜가 동료와 함께 점심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바람을 쐬는 곳은 그 맞은편 신수중학교다.
정혜가 작가 남자에게 말을 붙이는 곳은 신수중학교∼신수동 우편취급소 사이 꿈터길. 근처 건물이 대부분 5층 이하인 한적한 왕복 2차로 도로 양 옆으로 잘 자란 은행나무들이 5m 간격으로 심어져 있어 여름과 가을이면 보기 좋은 풍경이 연출된다. ‘여자, 정혜’에서는 6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수동은 평범한 듯 하면서 번잡하지 않고, 은근히 매력적인 곳이다. 촬영장소를 찾느라 서울시내 우편취급소 수백 곳을 돌아다녔다는 영화 제작부장의 말에 따르면 “여자 정혜다운 거리”다.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4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신수중학교가 나온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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