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사진) 원내대표가 당내 대선후보군 편입을 위한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의 ‘빅3’가 아니라 자신까지 포함해 ‘빅4’라는 주장이다.
얼마 전까지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던 강 원내대표는 19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속내를 털어 놨다.
“마라토너들은 경기장을 출발할 때부터 속력을 내지 않는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황영조 선수의 진가가 막판 38km 지점에서부터 나왔듯 당내 차기 대권 구도도 잘 지켜봐야 한다.” 자신이 황 선수처럼 뒷심을 발휘하는 ‘막판 스퍼트 형’이라는 것.
강 원내대표는 ‘빅4’ 진입을 위해 종종 박 대표와 거리를 두는 차별화 행보에 나서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3개 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원칙을 중시하는 박 대표보다는 협상과 타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15일 제주 KAL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세미나에서 국보법 개폐 논란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마지노선을 무너뜨리려고 하면 결사적으로 막을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얼마 전 국보법 개정안을 내면서 (참칭 조항 등) 몇 가지를 뺐는데 협상하다보면 양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유연한 화법과 원만한 대인관계가 강점인 그가 원내대표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대중성과 정치력이 본격적으로 검증된 적 없다는 점 때문에 ‘빅4’ 진입이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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