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오후 서울 이태원의 프랑스 식당에서 H라는 여성을 만났을 때 그녀는 놀랍도록 날씬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나보다 딱 열 살 많은, 그러니까 40대인 H에게서는 생동감이 빛났다.
그 순간, 일 년 넘게 방치한 나의 몸이 초라하게 여겨졌다. 글을 쓴다는 핑계로 밤에 얼마나 먹었는지. 이미 출근할 때 입는 스커트는 물론이고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내 몸을 거북하게 죄온 상태다.
내 또래 30대 여성 대부분이 그렇듯 나도 수많은 다이어트를 해 봤다. 상체 허약, 하체 비만 체형으로 “살 뺄 데가 어딨냐”는 말을 듣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패션으로 커버해 왔을 뿐이다.
실은 말라깽이 몸매보다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굴곡있는 몸매가 부럽다. 그것은 굶거나 막무가내로 뛴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요즘 여성들이 꿈꾸는 다이어트는 엄밀히 말하면 보디 셰이핑(Body Shaping)이다.
보디 셰이핑을 시작하자. 4월 말이니까 3개월 노력하면 7, 8월에는 날씬하고 건강한 보디라인을 드러내는 은밀한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일단 운동 장소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마르퀴스 더말 스파 피트니스’로 정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고 좋은 시설을 갖췄다는 점을 감안했다.
보디 셰이핑 작전을 함께할 트레이너는 한동길 씨였다. 그는 재활 트레이너로 배우 이서진 김혜수, 프로골퍼 최경주 등을 지도한 경력이 있다.
“오늘 아침 뭘 드셨어요?” “딸기잼 바른 흰 식빵이요.”
“과일잼은 당분이 많으니 피하세요. 흰 식빵보다 거친 곡물을 드시고요.”
트레이너는 따끔하게 지적한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신중하게 먹어야 한다고. 매일 아침 사무실에서 먹던 초코파이와 하루 10잔 이상 마시는 커피믹스도 끊어야 한다.
체성분 측정에 들어갔다. 맙소사! 운동을 그만둔 지 일 년 만에 5kg이 늘어 53.5kg. 예전에 운동한 게 남아 있어 근육량은 표준이었다. 과체중은 순전히 체지방 때문이었다. 체지방률은 25.7%, 복부 지방률은 0.82%까지 이르렀다. 몸은 처절하게 정직했다.
분류하자면 나는 나이 들면 살이 붙는 중배엽과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내배엽 체형의 혼합형이었다. 중배엽 체형에는 김혜수와 이경실, 내배엽에는 송혜교와 조정린이 있다고 미스터 한은 말했다. 반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외배엽에는 황신혜와 하지원이 있다.
나는 석 달간 5kg 감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체중 감량만이 목표라면 한 달 동안에도 줄여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요현상을 방지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려면 첫 달에는 기초 대사량을 늘려야 합니다.”
그는 공책과 물통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공책에는 그날그날 먹는 음식과 운동량을 적고, 물통은 운동 중 틈만 나면 물을 마시기 위해서다.
다음 주부터 그 일지를 독자 여러분에게 공개한다. 미스터 한이 가르쳐 주는 운동은 알고 보면 비싼 호텔 피트니스를 이용할 필요없이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관건은 의지였다.
오늘은 처음 배운 ‘월 슬라이드(Wall Slide)’ 운동을 소개한다. 엉덩이와 허벅지 앞, 뒤쪽 모두를 긴장시켜 군살을 없애는 운동이다. 벽에 등을 똑바로 붙이고 선 뒤 양 발을 한 발짝 앞으로 내빼 90도로 앉아 30초 동안 자세를 유지하는데, 이 동작을 20회 반복한다. 허벅지는 불타오르는 느낌이었으며 등줄기에서는 땀이 배어났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3개월 후 제니퍼 로페즈처럼 셰이핑될 아름다운 보디를 위해.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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