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士 여가 엿보기]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

사무실 한쪽에 마련한 작은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고 있는 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 사진 제공 삼성테스코

대형 할인점 홈플러스로 잘 알려진 삼성테스코의 이승한(59) 사장은 그림 그리기로 여가를 보낸다.

그는 그림으로 나누는 대화에 익숙하다. 처음에는 그림을 사 모으는 것으로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길거리 무명 화가의 것일지라도 곧장 구입해 사무실이나 집의 거실에 걸어놓곤 했다. 그렇게 그림 모으기를 몇 년,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은 거꾸로 걸어보는 등 차츰 미적 관점을 직접 해보는 쪽으로 옮겨갔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사장은 만화책을 쌓아놓고 작가 흉내를 내던 어린 날의 모습을 떠올렸다. 당시 서툴고 거칠었지만 정성껏 만화책을 베꼈고, 그렇게 해서 만든 ‘짝퉁’ 캐릭터는 소중한 보물이 됐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그는 직접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틈날 때마다 그린 그림이 이제는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 됐다.

최근 점포설계회의 때 그는 전문 설계사가 그린 도면에서 날카로운 직선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직접 수정해 점포의 상징물을 바꾸기도 했다.

그는 나이와 환경에 따라 그림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풍경이 들려주는 작고 소소한 이야기가 좋았다고 했다. 자연의 포근함과 풍요가 그림으로 옮겨지면 그 안에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얻곤 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풍경화보다 경영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그가 최근 그린 아홉 폭 병풍은 이런 내면 세계를 보여준다. 난초 산 바위 소나무 등을 그린 것이 아니라 경영인으로서 터득한 노하우, 동료나 후배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한 폭 한 폭 그림으로 완성했다.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병풍 경영’이라고 말한다. 병풍을 통해 자신의 경영 철학을 파노라마처럼 표현한 것이다. 이는 일과 일 사이에는 물 흐르듯 연결 고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그의 경영 방침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오늘도 이 사장은 사장실 한쪽 공간에 만든 소박한 갤러리 탁자에 앉아 하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경영 구상을 할 것이다. 다음에 그가 완성할 그림은 무엇일까. 문득 그의 갤러리를 들여다보고 싶다.-끝-

홍종희 ㈜웰버앤컴퍼니 대표 lizhong@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