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무엇이 문제인가]<上>끊이지 않는 비리

  • 입력 2005년 4월 27일 03시 16분


<<정부는 올해 들어 10여 차례나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쏟아냈다. 핵심은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시장 규제다. 하지만 정부 의지를 비웃듯 재건축아파트의 가격 오름세는 계속됐고 집값 안정기조마저 흔들리고 있다. 뿌리 깊은 재건축시장 비리,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고급 주거환경, 정부의 졸속대응이 원인이다. 재건축 시장의 문제점과 해법을 2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건설업체 A사의 재건축 담당인 B 과장은 지난해 초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재건축컨설팅업체) C 사장의 방문을 받았다. C 사장은 “조합원에 대한 ‘작업’을 끝냈으니 공사를 딸 수 있게 편의를 봐 주면 얼마를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파트 재건축공사 수주전(受注戰)을 앞둔 건설회사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얽히고 설킨 ‘비리사슬’=재건축 비리는 컨설팅회사 선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컨설팅회사들은 사업권 수주 과정에서 재건축 조합 추진위 간부를 대상으로 치열한 로비를 벌인다.

사업권을 따낸 컨설팅회사들은 재건축 공사 수주에 나선 건설회사들과 재건축사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조합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며 각종 이권을 챙긴다.

철거업체와 설계업체가 이권을 따기 위해 컨설팅업체와 연계하기도 한다.

치열한 공사 수주전도 비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2002년 서울 강남구 D아파트 재건축 입찰에서 E사가 제시한 평당 공사비는 270만 원 선. 그런데 평당 공사비를 220만 원대로 제시한 업체가 있어 E사는 막판까지 속을 태웠다.

E사 관계자는 “저가로 수주하면 나중에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올리고 이 과정에서 조합 동의를 얻기 위해 조합간부나 컨설팅업체에 검은돈을 주는 일이 생긴다”며 “조합원들에게 이런 사실을 설득해 간신히 공사를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무줄 사업비’=두 개 단지로 구성된 강남구 F아파트는 각각 별도의 조합을 구성해 재건축사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대지지분과 일반분양가격 등 조건이 같은데도 조합원이 내야할 추가 부담금은 두 단지가 수천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

강남구 G아파트 재건축조합원인 H 씨는 “2001년 일반 분양가를 평당 1000만 원 이하로 계산하고도 31평형 조합원이 7000만 원을 돌려받기로 돼 있었다”며 “막상 2004년 평당 2000만 원 남짓에 일반분양을 했는데 조합원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직 조합 간부 I 씨는 이에 대해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 컨설팅업체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공사비가 수백억 원씩 오락가락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무리한 조합 요구도 문제=서울 송파구 J아파트는 조합원들이 4000만 원 남짓 추가부담금을 내는 쪽으로 재건축을 추진했다.

이에 일부 조합원이 반발하자 조합장이 교체되는 진통을 겪은 끝에 추가부담금 없이 재건축이 진행됐다. 추가부담금을 내지 않는 대신 일반분양가를 당초 예정보다 대폭 높였다.

K컨설팅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의 과욕이 분양가 인상과 조합 내분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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