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 Hello, Gillian.
GILLIAN: Kiss me. I’m going to be your wicked stepmother.
(중략)
JOE: You must be late for something.
GILLIAN: I am. I’m having my eggs harvested.
질리언: 내겐 인사 안 해요?
조: 안녕하세요, 질리언.
질리언:키스해 줘요. 난 당신의 악랄한 계모가 될 사람이니까.
(중략)
조: 다음 스케줄에 늦으신 거 같은데요.
질리언:그래요. 난 난자 냉동시키러 가봐야 돼요.
영화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의 한 장면. 대화 속 조(톰 행크스)는 30대 부자 청년 사업가이며, 질리언은 조의 아버지인 넬슨의 애인이다. 그런데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문제는 질리언. 아버지인 넬슨과 결혼이 예정되어 있는 그녀의 마음은 아들인 조에게로 향해 있다. 어쨌거나 질리언은 넬슨과 결혼하면 조의 계모가 된다.
질리언이 농담을 한다 “I’m going to be your wicked stepmother(난 당신의 악랄한 계모가 될 거예요).” 물론 농담이지만 ‘wicked’ stepmother (‘악랄한’ 계모)라고 한 것은 뼈가 있는 표현이다. 계모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은 동서를 막론하고 고전으로 전해 내려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콩쥐팥쥐’ ‘장화홍련’이 있다면 서구에는 ‘신데렐라’와 ‘백설공주’의 악명 높은 계모 계보가 있다.
호시탐탐 추파를 던지는 질리언에게서 가급적 빨리 벗어나고 싶은 조는 “you must be late for something(다음 스케줄에 늦으신 거 같은데요)”이라며 그녀의 발길을 재촉한다. 이때 마음이 상한 질리언이 “I’m having my eggs harvested”라고 말한 뒤 떠난다. egg는 계란, harvest는 추수, 수확, 혹은 채취라는 뜻. 모르는 단어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해가 잘 안 된다. 부활절도 아닌데 계란을 주우러 간다는 말인지?
egg라는 단어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그 중 한 줄기만 보자면 ‘계란’도 egg, 여성의 ‘난자’도 egg, ‘생선 알’도 fish egg 라 한다. 이 단어들에는 ‘생명’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부활절에 나누어주는 Easter egg도 같은 맥락으로 ‘부활’ ‘소생’을 상징한다. 부활절에 아이들이 하는 ‘숨겨놓은 계란 찾기’는 ‘Easter egg hunt’라고 하고, 영화 속에서 질리언이 자신의 egg를 harvest한다는 말(I’m getting my eggs harvested)은 본인의 난자를 자신의 몸에서 추출해서 냉동 보관해 두겠다는 말이다. 나중에 필요시 쓸 요량으로.
우리나라에서 본인의 난자를 냉동 보관한다는 것은 아주 생소한 개념. 미국에서도 흔한 것은 아니지만, 이 표현은 여기서 질리언이 범상치 않은 여성이란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생식능력이 떨어질지 모르는 ‘막연한 미래’를 위해 자신의 난자를 보관한다니…. 역시 젊은 남자를 사랑하면서 그 아버지와 결혼하는 여성답다.
‘유브 갓 메일’은 적극적인 product placement(PPL·간접광고)가 눈에 띄는 영화이다. 두 주인공이 줄기차게 들리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Starbucks)와 그들을 이어주는 통신회사 AOL은 영화 개봉 후 매출이 현저히 증가했다고 하는데, 이는 톰 행크스나 멕 라이언 같은 멋있는 이성을 만나고 싶은 외로운 싱글이 많기 때문이란다.
통신세계에서 사람을 사귈 때도 지혜로워야 할 것 같다. 혹시라도 bad egg(불량배, 악인)를 만나면 피곤해지니까.
김태영 외화번역가·홍익대 교수 tae83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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