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김이 7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福島) 현 고리야마(郡山) 시에서 내년 봄 여름 컬렉션 175벌을 선보이는 패션쇼를 열었다.
왕관과 잉어 등을 즐겨 장식하는 그의 옷은 “늘 같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은 크게 달랐다. 꽃장식이나 레이스 등 디테일은 품위와 여성미를 갖춰 외출복의 고급스러운 멋을 더했으며, 엠파이어 라인으로 순결하게 표현한 웨딩드레스는 지적인 절제미를 드러냈다.
이날 앙드레 김 패션쇼에는 3000여 명의 일본인들이 환호했다. 당초 유료(3만 원) 관람 관객이 9000여 명에 이르러 주최 측이 추첨을 통해 선정할 정도로 현지의 관심을 끌었다.
○ 어떻게 달라졌나
앙드레 김 디자인의 특징은 ‘블랙 앤드 화이트의 지적이고 도시적 감각을 아방가르드 분위기로 풀어내는 것’이다. 흰색 목둘레와 옷 전체에 흰색 줄무늬가 있는 검은색 옷을 자주 선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번에는 검은색 대신 짙은 군청색을 택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푸른 색 계열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호수를 연상시키는 쪽빛(아쿠아 블루), 환상스러운 터키색, 광택 있는 녹색을 띤 청색(피콕 블루)과 푸른 느낌이 감도는 보라색까지. 이들 색감은 하늘하늘한 시폰, 윤기 흐르는 자카드 소재 등과 만나 밀도가 더욱 짙게 살아났다.
꽃분홍색, 주황색, 빨간색 등 앙드레 김 특유의 강렬한 온색 매치는 어느 때보다 섬세한 디테일을 통해 정돈됐다. 몸을 따라 흐르는 시폰 드레스의 허벅지 위쪽 부분에는 광택이 감도는 빳빳한 오간자 소재로 커다란 장미 장식을 달았고, 소매를 봉곳 올린 얌전한 실루엣의 아이보리색 투피스 스커트 아랫단 밑으로는 확 퍼지는 흰색 레이스를 붙였다.
남성 슈트의 경우 스리버튼이 많았으며, 여성 웨딩드레스는 허리선을 높이고 보디 라인을 살려 보다 젊은 감각을 선보였다. 그의 웨딩드레스는 450만∼600만 원이다.
○ 그만의 종합예술
이번 쇼는 무대 위에 은색 종이 가루가 흩뿌려지면서 시작됐다. 순백색 원피스 위에 비닐 망토를 걸친 팔등신 모델들은 발등이 훤히 내비치는 비닐 소재 스트랩 구두를 신고 있었다.
“퓨처리스틱(futuristic·미래적인) 로맨티시즘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배우 지성 등 꽃미남 모델들은 검은색 시스루 티셔츠와 비닐 망토를 통해 상반신을 숨김 없이 노출시켰다. 여성 관객들에 대한 일종의 팬 서비스인데 쇼의 스토리에 힘입어 객석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그는 매번 남녀 스타를 모델로 등장시켜 애절한 이별 뒤 다시 만나 결혼에 성공하는 ‘해피 엔딩’으로 쇼를 마무리한다. 그래서 언제나 피날레 의상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다.
푸치니 오페라 ‘나비 부인’ 중 허밍 코러스, 김소희의 ‘뱃노래’, 김범수의 가요 ‘사랑해요’,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삽입곡 ‘아베 마리아’ 등 그때그때 적절한 배경 음악이 패션쇼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앙드레 김은 모델을 쓸 때 개성적인 얼굴보다 우아하고 고전적인 얼굴을 고집하고 있다.
후쿠시마=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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