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선물을 사주려는 걸까.
주부 김경애(51·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씨는 “딸이 아니라 내가 입을 옷”이라고 대답했다.
김 씨는 “주부가 입으라고 만든 바지는 허리선이 길어 유행에 한참 뒤떨어지는데 영 캐주얼은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소비 취향에서 세대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40, 50대 여성이 10, 20대들이 즐겨 입는 옷을 사고, 중년 남성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은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아줌마 아저씨는 싫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는 15∼25세를 타깃으로 발행되는 여성잡지 ‘쎄씨’, ‘보그걸’의 구독자 연령층을 조사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30대 이상 독자 비중이 각각 42%와 41.5%나 됐다.
백화점 매장에서 만난 30∼50대 여성들은 한결같이 “아줌마 같은 옷은 싫다”고 했다.
‘어려진’ 소비성향은 백화점 영 캐주얼 매장에서 막강한 구매력을 과시한다.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의 영 캐주얼 매장에서 40대 이상 고객 매출 비중은 51%로 절반을 웃돈다.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 영 캐주얼 매장은 매출액의 41.8%,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31%를 40대 이상 고객이 차지했다.
소비취향이 어려지는 것은 남자도 마찬가지.
롯데백화점 신사복 매장 매니저 137명 중 100명(73%)은 ‘최근 1년 동안 선호하는 색상과 디자인이 가장 많이 변한 계층’으로 50대를 꼽았다.
롯데백화점 박병기 바이어는 “최근 꽃무늬나 줄무늬 셔츠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 40, 50대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나이는 40대 이상이지만 감성만큼은 30대를 고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사회적 잣대보다 ‘나’를 위해 산다
패션컨설팅업체 아이에프네트워크 문소원(文昭媛) 연구원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하는 현상은 젊은이들의 유행에 동참하려는 욕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살이(웰빙)나 ‘몸짱’ 열풍도 소비의 세대 차이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소비행태가 사회적 잣대에 맞추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구매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인터넷의 보편화로 세대 간 소비성향이 동질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10대 중심으로 생긴 새로운 트렌드가 인터넷을 통해 20대, 30대, 40대로 빠르게 퍼져나간다는 것.
LG경제연구원 김상일(金相日) 연구원은 “1000만 명을 회원으로 둔 인터넷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나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소비성향의 세대 차이가 없어지면서 나타난 대박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