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1020세대와 ‘유행 공감’

  • 입력 2005년 5월 17일 03시 03분


자매? 모녀!소비취향에서 세대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이경미 씨(45·왼쪽) 와 딸 박서회 씨(20)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길을 다정히 손잡고 걷고 있다. 이 씨는 “우리는 신발과 옷, 액세서리까지 서로 바꿔가며 사용한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자매? 모녀!
소비취향에서 세대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이경미 씨(45·왼쪽) 와 딸 박서회 씨(20)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길을 다정히 손잡고 걷고 있다. 이 씨는 “우리는 신발과 옷, 액세서리까지 서로 바꿔가며 사용한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15일 롯데백화점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 2층의 영 캐주얼 매장. 주말 쇼핑에 나선 10대와 20대 여성 고객들의 틈을 비집고 40, 50대 여성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딸에게 선물을 사주려는 걸까.

주부 김경애(51·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씨는 “딸이 아니라 내가 입을 옷”이라고 대답했다.

김 씨는 “주부가 입으라고 만든 바지는 허리선이 길어 유행에 한참 뒤떨어지는데 영 캐주얼은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소비 취향에서 세대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40, 50대 여성이 10, 20대들이 즐겨 입는 옷을 사고, 중년 남성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은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아줌마 아저씨는 싫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는 15∼25세를 타깃으로 발행되는 여성잡지 ‘쎄씨’, ‘보그걸’의 구독자 연령층을 조사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30대 이상 독자 비중이 각각 42%와 41.5%나 됐다.

백화점 매장에서 만난 30∼50대 여성들은 한결같이 “아줌마 같은 옷은 싫다”고 했다.

‘어려진’ 소비성향은 백화점 영 캐주얼 매장에서 막강한 구매력을 과시한다.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의 영 캐주얼 매장에서 40대 이상 고객 매출 비중은 51%로 절반을 웃돈다.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 영 캐주얼 매장은 매출액의 41.8%,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31%를 40대 이상 고객이 차지했다.

소비취향이 어려지는 것은 남자도 마찬가지.

롯데백화점 신사복 매장 매니저 137명 중 100명(73%)은 ‘최근 1년 동안 선호하는 색상과 디자인이 가장 많이 변한 계층’으로 50대를 꼽았다.

롯데백화점 박병기 바이어는 “최근 꽃무늬나 줄무늬 셔츠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 40, 50대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나이는 40대 이상이지만 감성만큼은 30대를 고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사회적 잣대보다 ‘나’를 위해 산다

패션컨설팅업체 아이에프네트워크 문소원(文昭媛) 연구원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하는 현상은 젊은이들의 유행에 동참하려는 욕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살이(웰빙)나 ‘몸짱’ 열풍도 소비의 세대 차이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소비행태가 사회적 잣대에 맞추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구매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인터넷의 보편화로 세대 간 소비성향이 동질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10대 중심으로 생긴 새로운 트렌드가 인터넷을 통해 20대, 30대, 40대로 빠르게 퍼져나간다는 것.

LG경제연구원 김상일(金相日) 연구원은 “1000만 명을 회원으로 둔 인터넷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나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소비성향의 세대 차이가 없어지면서 나타난 대박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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