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라운드에서 늘 오렌지색 상의를 입기 때문. 8일 끝난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했을 때도 그랬다.
평소 무뚝뚝한 이미지였던 최경주는 과감하게 화려한 컬러로 갤러리와 카메라의 주목을 받으며 변신에 성공했다.
최근 필드에선 최경주처럼 파격적인 색상과 디자인을 앞세운 독특한 패션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 원조는 스웨덴의 예스퍼 파네빅. ‘필드의 기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희한한 복장으로 패션의 개척자 역할을 한 것. 그는 1997년 봅호프 클래식에 출전했을 때 드라이빙 레인지에 원색에다 몸에 딱 달라붙는 ‘쫄 바지’를 입고 나와 주위의 웃음을 샀다. 어릿광대라도 된 듯 조롱을 받았으나 사실 스웨덴의 유명 디자이너 요한 린드버그 씨의 작품이었다.
아버지가 코미디언인 파네빅은 특이한 모자도 트레이드마크. 모자챙을 위로 꺾어 쓰는 독특한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요즘 필드에선 파네빅의 추종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프로들이 앞 다투어 튀는 패션의 옷을 입고 나오는 것.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는 3월 베이힐 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발끝부터 머리까지 온통 오렌지색 패션을 선보여 ‘아이스캔디’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이언 폴터(잉글랜드)는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유니언잭’(영국 국기) 무늬가 박힌 바지를 입고 나온 데 이어 PGA챔피언십 때는 성조기 무늬 바지 차림으로 논란을 빚기도.
깃이 있는 티셔츠를 입어야 하는 불문율도 깨졌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최경주 등은 목(mock·목 부분이 약간 올라온 반 풀오버티) 형태의 셔츠를 즐겨 입는다.
아울러 스폰서를 맡은 의류 업체의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스타들에게 튀는 옷을 입혀 주목받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매출 증대로 연결되리라고 보는 것.
실제로 올해부터 최경주를 후원하는 나이키 골프에 따르면 경기 악화 속에서도 오히려 의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고 한다. 최경주가 입는 체형에 맞춰 편안함을 주는 ‘보디 매핑’ 골프웨어는 올 시즌 초반 평소보다 1000장이나 많은 3500장을 출시했는데 이미 다 팔려 나갔을 정도. 안시현의 계약사인 코오롱 엘로드는 그가 출전한 지난주 한국여자오픈 때 갤러리에게 분홍색 우산을 선물해 마케팅 효과를 노렸다. 지난해 안시현이 입었던 옷은 재고가 없을 만큼 다 팔려 나갔다는 게 코오롱 측의 설명.
이래저래 필드의 이색 패션 열풍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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