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실 동화책이야말로 대단한 독서 수준을 필요로 하는 책이다. 인간다운 삶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책이 바로 동화책이다. 인간의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제대로 된 가치관을 발견하게 해 주는 것이 문학 작품의 본령이라면 어린이 문학의 기초가 되는 동화는 아이들이 힘 기울여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지금은 고교생인 진호라는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켜본 아이다. 어찌 보면 엉뚱하기도 하지만 창의성이 풍부하고 생각의 깊이가 남다른 아이다. 진호 엄마는 진호가 학교에 가기 전부터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접하게 해 주었다. 진호는 특히 수학이나 과학에 흥미를 많이 가졌는데 엄마는 고학년이 된 진호에게 꾸준히 동화책을 읽게 했다. 진호 엄마가 가진 생각은 초등학교 때 동화를 많이 읽어야 어휘력과 상상력이 풍부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 때문인지 진호는 중학교 때는 물론이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국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도 수월하게 잘 하고,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논술·구술 준비도 따로 하지 않는다. 특히 어떤 책이나 문제에서 요점을 잘 집어내고 근거 자료를 활용할 줄 안다.
동화책을 통해 얻게 되는 감수성이나 상상력은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또한 합리적이며 분석적 사고에 기반이 된다.
책 속 주인공의 상황 속에서 간접체험을 하고,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넓은 세계를 보게 되고, 그 감정에 등장인물처럼 몰입하다 보면 정신세계가 넓어진다. 동화 속에 어떤 장면을 보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자기 속에 어떤 정신작용이나 감정을 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러한 과정들은 책과 독자를 연결하는 자연스러운 고리가 되어 다른 종류의 책을 읽을 때도 도움이 된다.
조립식 장난감을 만드는 것처럼 논리를 위해 과학책, 역사 이해를 위해 역사책, 수학개념을 위해 수학책을 읽히는 것은 머리 아프다고 진통제, 소화 안 된다고 소화제를 먹이는 일이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과 관리가 필요하듯이 다른 분야 책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동화책이다. 창작동화, 전래동화, 외국동화 등 다양한 종류의 동화를 마음껏 읽게 하자. 고학년이 되었다고 불안해 할 일도, 중학생이 되는데 고전을 안 읽고 동화책 읽는다고 잔소리 할 일도 아니다. 모든 독서의 근간이 되는 동화책 속에서 정신의 보고를 발견하고 어휘력과 이해능력을 키우면 다른 책을 읽어내는 것도 수월하고 재미있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독서 동기를 유발시키고, 책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정도에만 부모의 기대치를 놓아도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가는 저마다의 열쇠를 갖게 될 것이다.
오길주 문예원 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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