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북한은 현재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플루토늄 재처리 작업까지 들어갔다. 6자회담은 막혀 있다. 현 상황을 ‘위기’라고 할 수 있나.
▽셔먼=확실히 위기다. 북한의 핵무기는 한국에 즉각적인 안보 위협을 가할 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의 핵무기 보유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핵 기술이 테러범들에게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현=북한을 비핵화(非核化)할 방법은 없나.
▽셔먼=국제사회가 공통의 목표(common objective)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동맹국인 미국과 한국조차 인식의 차이가 있다. 한국은 동맹인 미국의 가치를 폄훼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 핵 위험에 한국이 안이하게 대응한다고 여긴다.
▽현=최근 북한이 함북 길주군에서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보도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인가.
▽셔먼=북한이 핵실험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기정사실이고 단지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국제사회는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바로 문제를 푸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현=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실험을 일종의 레드 라인(금지선)으로 간주하는가.
▽셔먼=북한은 이미 레드 라인을 여러 번 넘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국제사회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북한에 압박을 가하면 북한은 오히려 더 강하게 나온다.
▽현=북한이 레드 라인을 무시한다는 뜻인가.
▽셔먼=북한은 파키스탄을 모델로 삼고 있는 것 같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제재와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 핵실험을 했으나 핵실험 후 미국의 제재는 풀렸다. 하지만 북한은 파키스탄과 다르다. 북한은 테러국가이자 독재국가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현=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셔먼=핵실험을 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먼저 6자회담 당사국들 중 북한을 뺀 5개국이 레드 라인이 무엇인지, 레드 라인을 어겼을 때 어떤 제재를 취할지 등에 합의해야 한다. 미국은 6자회담 틀 안에서 북-미 양자회담을 갖고 북한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현=북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문제는….
▽셔먼=6자회담 틀 속에서 양자회담이 우선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를 논하기는 이르다.
▽현=최근 열린 남북 차관급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셔먼=남북 양측의 정확한 전략을 모르기 때문에 답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과 한국은 서로 더 이해해야 한다. 미국을 경원시하고 북한에 더 호감을 가지는 한국 젊은 세대의 대북관을 미국은 이해해야 하고, 한국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이해해야 한다. 그 후 양국이 서로 공통된 전략을 짜야 한다.
▽현=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보나.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정권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셔먼=중국은 지금까지 매우 협력적이었다. 중국도 6자회담 재개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
▽현=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양국 정상에게 조언한다면….
▽셔먼=미국과 한국은 훌륭한 동맹이다. 두 대통령은 서로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비록 양국의 대북관은 다르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같지 않은가.
정리=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웬디 셔먼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
△1971년 보스턴대 사회과학대 졸업
△1976년 메릴랜드대 사회학 석사
△1997∼2001년 클린턴 행정부 국무부 자문관
△2001∼현재 국제적 자문기업인 올브라이트그룹 임원
▼현인택 교수▼
△1978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국제정치학 박사
△1992∼1995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1995∼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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