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년을 향한 성찰과 전망]<4>웬디 셔먼-현인택 교수

  • 입력 2005년 5월 26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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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셔먼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왼쪽)과 현인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4일 오후 고려대 교양관 5층 회의실에서 북한 핵문제와 한미 관계 등에 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종승 기자
웬디 셔먼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왼쪽)과 현인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4일 오후 고려대 교양관 5층 회의실에서 북한 핵문제와 한미 관계 등에 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종승 기자
《“노무현(盧武鉉) 정부와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반미친북(反美親北) 성향을 지닌 한국 386세대의 수장 노 대통령과 ‘강한 미국’을 외치는 부시 행정부가 서로 다른 대북 시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웬디 셔먼 씨는 현재의 한미 관계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2000년 9월 대북정책조정관으로 발탁된 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부 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본보와 고려대가 공동 주최한 ‘2005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그를 현인택(玄仁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4일 오후 고려대 교양관 5층 회의실에서 만나 북한 핵 문제 등 현안에 관해 대담을 나눴다. 》

▽현=북한은 현재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플루토늄 재처리 작업까지 들어갔다. 6자회담은 막혀 있다. 현 상황을 ‘위기’라고 할 수 있나.

▽셔먼=확실히 위기다. 북한의 핵무기는 한국에 즉각적인 안보 위협을 가할 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의 핵무기 보유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핵 기술이 테러범들에게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현=북한을 비핵화(非核化)할 방법은 없나.

▽셔먼=국제사회가 공통의 목표(common objective)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동맹국인 미국과 한국조차 인식의 차이가 있다. 한국은 동맹인 미국의 가치를 폄훼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 핵 위험에 한국이 안이하게 대응한다고 여긴다.

▽현=최근 북한이 함북 길주군에서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보도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인가.

▽셔먼=북한이 핵실험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기정사실이고 단지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국제사회는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바로 문제를 푸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현=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실험을 일종의 레드 라인(금지선)으로 간주하는가.

▽셔먼=북한은 이미 레드 라인을 여러 번 넘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국제사회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북한에 압박을 가하면 북한은 오히려 더 강하게 나온다.

▽현=북한이 레드 라인을 무시한다는 뜻인가.

▽셔먼=북한은 파키스탄을 모델로 삼고 있는 것 같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제재와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 핵실험을 했으나 핵실험 후 미국의 제재는 풀렸다. 하지만 북한은 파키스탄과 다르다. 북한은 테러국가이자 독재국가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현=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셔먼=핵실험을 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먼저 6자회담 당사국들 중 북한을 뺀 5개국이 레드 라인이 무엇인지, 레드 라인을 어겼을 때 어떤 제재를 취할지 등에 합의해야 한다. 미국은 6자회담 틀 안에서 북-미 양자회담을 갖고 북한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현=북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문제는….

▽셔먼=6자회담 틀 속에서 양자회담이 우선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를 논하기는 이르다.

▽현=최근 열린 남북 차관급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셔먼=남북 양측의 정확한 전략을 모르기 때문에 답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과 한국은 서로 더 이해해야 한다. 미국을 경원시하고 북한에 더 호감을 가지는 한국 젊은 세대의 대북관을 미국은 이해해야 하고, 한국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이해해야 한다. 그 후 양국이 서로 공통된 전략을 짜야 한다.

▽현=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보나.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정권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셔먼=중국은 지금까지 매우 협력적이었다. 중국도 6자회담 재개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

▽현=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양국 정상에게 조언한다면….

▽셔먼=미국과 한국은 훌륭한 동맹이다. 두 대통령은 서로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비록 양국의 대북관은 다르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같지 않은가.

정리=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웬디 셔먼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

△1971년 보스턴대 사회과학대 졸업

△1976년 메릴랜드대 사회학 석사

△1997∼2001년 클린턴 행정부 국무부 자문관

△2001∼현재 국제적 자문기업인 올브라이트그룹 임원

▼현인택 교수▼

△1978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국제정치학 박사

△1992∼1995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1995∼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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