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겅호!’…기러기가 수백㎞ 날수 있는건…

  • 입력 2005년 5월 28일 0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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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겅호!/켄 블랜차드, 셀든 보울즈 지음/조천제 외 옮김/173쪽·8500원·21세기북스

고1 학생들의 촛불 시위가 있었다. 언론은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호들갑을 떨었고 당황한 교육당국은 보직교사들을 동원하고 징계를 운운했다. 내신등급제로 인한 혼란과 불안감에 일부 학생의 호응이 더해졌을 뿐인데 어른들은 어쩔 줄을 모른다. 학생들을 설득할 당당한 논리도, 그들을 포용할 성숙한 여유도 없다. 어떻게든 사태를 덮어버리려고만 한다. 어쩌면 논리나 논술이 지금처럼 낯설고 어려운 까닭도 우리의 삶이 그만큼 비민주적이고 비논리적인 탓일지 모른다. 긴장과 갈등을 넘어 조직과 사회가 충만한 힘으로 넘칠 수는 없을까? 공동의 목표와 가치로 하나가 될 수는 없을까? ‘겅호(工和·파이팅과 같은 구호)’는 이 물음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한다. 무한한 열정과 에너지를 뜻하는 이 구호는 폐쇄 위기에 처했던 한 공장을 백악관이 선정한 가장 우수한 작업장으로 바꾸어 놓은 정신이다.

‘다람쥐의 정신’과 ‘비버의 방식’, 그리고 ‘기러기의 선물’을 통해 이 책이 추구하는 최종적 목표는 변화다. 이 책의 주인공 앤디는 말한다. 변화란 단순히 과거의 습관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습관을 익히는 것이라고. 어떤 일에 공감하는 것과 생활의 일부분으로 실행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기 때문이다.

변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양 볼에 먹이를 가득 문 채 열심히 일하는 다람쥐처럼 자신의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은 우리를 변화시킬 가장 큰 힘이다. 또 우두머리가 없는 비버처럼 내가 할 일이 무엇이고 그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팀원이 되어야 한다. ‘금을 가진 자가 모든 결정을 내린다’면 직원들은 지시에 따라 일하는 단순 근로자가 되고 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칭찬과 격려다. 하루에도 수백 km를 이동하는 기러기들은 끊임없는 울음소리로 서로를 격려한다. 수면에 내려앉을 때나 날아오를 때나 또는 V자를 그리며 날아갈 때나 기러기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서로를 응원한다. 상대의 실수와 잘못을 꼬집기만 했던 사람에게는 힘든 일이겠지만 우리가 서로의 노력과 성공을 진심으로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다면 세상은 놀랄 만큼 달라질 것이다.

합리적 이성과 논리적 대안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만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변화하고 그래서 이 책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풀어 줄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새로운 날들을 위해 우리 모두 겅호.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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