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 Bless you. Lana, it's Stu Shepard. Bless you.
Lana: Is it you or your boss calling?
Stu: It's me.
Stu: I'm looking for some mutual back scratching.
라나: 잠깐만요. 페이지 식스, 라나입니다.
스튜: 블레스 유, 라나. 여기는 스튜 셰퍼드예요.
라나: 스튜 당신 인가요, 아니면 당신 상사?
스튜: 나예요.
스튜: 우리 서로 도움이 될만한 건이 있어서요.
조엘 슈마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폰 부스(Phone Booth)’의 한 대목이다. 미디어 컨설턴트인 스튜(콜린 패럴)는 ‘Page Six’라는 연예계 가십 전문지 직원 라나에게 전화를 건다. 라나의 첫마디는 “Hold on a sec(잠깐만요).” Sec은 second(초)를 줄인 말. 기다려 달라고 할 때는 보통 ‘just a minute’이라고 했는데 세상살이가 빨라지다 보니 ‘minute(분)’ 은 기다리기엔 너무 긴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second라고 쓰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길다고 sec이라고 줄인다.
라나가 재채기를 하자 스튜가 “Bless you”라고 한다. 미국에선 핑퐁하듯이 재채기를 한사람은 “excuse me”라 하고 그걸 본 사람이 “bless you”(신의 가호가 있기를)라고 해주면, ‘bless you’에 대한 응답으로 “thank you”라고 답한다. Bless you 대신 독어로 ‘gesundheit(발음: 게준타이트)’라고도 하는데 의미는 같다.
영어권과 독일어권에만 이런 관습이 있는 건 아니다. 스페인어권에서는 ‘salud(발음: 살룻)’, 포르투갈어권에서도 ‘saude(발음: 사우지)’라고 한다. 의미는 둘 다 ‘건강하세요.’ 이를 보면 옛날 유럽에서는 뭔가 심각한 의미를 재채기에 부여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관습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페스트설이다. 수백 년 전 유럽에 페스트가 돌아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그 병의 첫 증상이 바로 재채기였던 것. 그때부터 재채기를 하면 신의 가호와 건강을 기원하는 풍습이 생겼다 한다.
이어서 스튜는 “I'm looking for some mutual back scratching”, 즉 ‘상호 등 긁기’를 제안한다. ‘mutual(상호적인) back scratching(등 긁기).’ 우리나라에서는 늙어서 등 긁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여기엔 가려움 해소 이상의, ‘교감을 나누는 애정 혹은 우정’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한편 영어에서 ‘등 긁기’는 ‘도움’의 의미가 담겨 있다. 숙어로 ‘scratch a person's back’은 ‘도움을 주다’라는 의미. 여기에는 ‘보답을 기대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스튜는 ‘상호적’이라는 단어를 써서 간단하게 ‘mutual back scratching’이라 했는데, 보통 ‘내가 도와줄 테니 당신도 날 도와달라’는 ‘I scratch your back, you scratch mine’, ‘날 도와주면 나도 당신을 도와주겠다’ 는 ‘You scratch my back and I'll scratch yours’로 ‘You…’로 시작하는 절과 ‘I…’로 시작하는 절을 붙여 길게 한 문장으로 쓴다.
한국어이건 영어이건 등을 긁어줄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영어의 표현에는 ‘도움’이라는 본래 뜻이 ‘보답을 기대한다’라는 곁다리 때문에 퇴색하긴 했지만, 그럴만한 대상이 있다는 것은 없는 것 보다 훨씬 더 행운이다.
김태영 외화번역가·홍익대 교수 tae83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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