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의 기억에서 잊혀질 즈음인 작년 8월 그는 금감위원장으로 화려하게 돌아왔습니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기에 그의 행보는 금융권의 관심이었습니다.
5년이라는 공백을 일시에 메우려는 듯 그는 일일이 중요한 사안을 챙겼습니다.
우선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부터 손을 댔습니다. 과거분식 혐의에 대한 집단소송을 2년간 유예키로 한 것입니다. 민감한 사안이었지만 ‘총대’를 메고 나섰지요.
4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2단계 방카쉬랑스(은행 창구에서 보험 판매)가 부분 연기된 것도 사실상 그의 작품입니다. 은행이 보험사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만큼 실시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윤 위원장이 제기한 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 제한은 국제적으로 논란거리가 됐습니다. 관행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올해는 금융권 과당 경쟁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 간 경쟁이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승자의 재앙론’과 ‘레드오션’을 거론했습니다.
즉각 반응이 있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미끼금리’(초기에 적용하는 싼 이자율)를 없앴고 무이자 할부 경쟁에 부담을 느끼던 신용카드사들도 환호했습니다. 이런 조치들이 법안이나 규정이 아닌 윤 위원장의 ‘입’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금융감독 행정의 변화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관치금융을 재현한다거나 지나치게 친기업적이라는 지적입니다. 일부에서는 다소 ‘오버’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최근에는 의료와 법률, 교육 부문에 대한 개혁까지 언급하면서 비(非)금융 부문까지 ‘감독’하려 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과(功過)와 상관없이 요즘 보기 어려운 소신 있는 관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고기정 경제부 기자 koh@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