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귀국]金씨, 3월부터 줄곧 베트남 체류

  • 입력 2005년 6월 14일 03시 20분


코멘트
분주한 ‘대우맨’들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 전날인 13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의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밀려드는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의 귀국에 대한 ‘대우맨’들의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자신들이 젊음을 바친 기업을 이끈 ‘과거의 총수’에 대한 동정론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대연 기자
분주한 ‘대우맨’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 전날인 13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의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밀려드는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의 귀국에 대한 ‘대우맨’들의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자신들이 젊음을 바친 기업을 이끈 ‘과거의 총수’에 대한 동정론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대연 기자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노이바이 공항은 13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11시 반(한국시간 14일 오전 1시 반) 아시아나항공(OZ) 734편으로 귀국길에 오른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의 움직임을 보도하기 위해 한국에서 급히 날아온 기자와 현지특파원 등 30여 명이 ‘취재 전쟁’을 벌였다. 베트남 당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공항 안팎의 경비를 강화했다.

김 전 회장 일행이 이용한 비행기 기종은 중장거리(8∼10시간) 노선에 투입되는 보잉 767. 좌석은 1등석 없이 비즈니스석 18석, 일반석 242석을 합해 총 260석이다. 김 전 회장 일행 5명은 비즈니스석에, 한국 취재진 20여 명은 일반석에 각각 탑승했다.

김 전 회장은 이륙 직후 비즈니스석과 일반석 사이에 있는 승무원 휴식공간에서 취재진과 만나 귀국에 따른 심경 등을 털어놓았다.

이에 앞서 그는 탑승 네 시간 전 쯤 현지 연합뉴스 특파원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의 귀국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서 많은 보도진이 베트남에 온 것으로 들었다”면서 ‘기내 간담회’를 약속했다. 그는 “어느 상황이라도 약속대로 반드시 귀국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 것은 고 박정구(朴定求)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사돈 관계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의 차남 선협(포천 아도니스CC 대표) 씨는 고 박 회장의 큰딸 은형 씨의 남편이다.

현지 취재 결과 김 전 회장은 올해 2월 말 베트남에 입국한 뒤 계속 머물러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수도 하노이와 남부 호찌민(옛 사이공), 중부 휴양지인 후에, 다낭 등을 오가며 귀국에 대비했다.

노이바이 공항에서 남쪽으로 35km 떨어진 대우하노이호텔 옆 대하(대우하노이의 약자) 빌딩에 입주한 15개 한국기업 및 경제단체 관계자들도 김 전 회장의 귀국에 큰 관심을 보였다.

대우인터내셔널 베트남 지사의 김연웅(金衍雄) 차장은 “비록 이제는 그룹 계열사가 아니지만 옛 동료 20여 명이 하노이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서 “대우에 대한 논란에 관계없이 묵묵히 일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일요일인 12일 김 전 회장의 귀국일이 14일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각 언론사는 그의 귀국길에 동행 취재하기 위해 ‘비상 작전’에 들어갔다.

현지 시간으로 13일 밤 하노이발 인천행 비행기는 OZ 734편과 10분 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KE) 684편. 두 항공사는 12일 오후까지도 탑승객 명단 공개를 거부했으나 여러 루트를 통해 김 전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예약 사실이 확인됐다.

베트남으로 가는 것도 문제였다. 13일 오후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한국 항공기로는 현지 취재가 어렵기 때문에 일부 기자들은 13일 오전 베트남에어의 하노이행 비행기를 탔다. 출국 당시 귀국편 예약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칫 노이바이 공항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는 모험이었다.

하노이=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30조 公的자금 절반은 회수 못할듯▼

대우그룹의 몰락이 가져온 커다란 파장 가운데 하나는 국민이 ‘세계 경영’의 부실을 떠안았다는 점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1999년 8월 대우그룹의 12개 주력 계열사에 대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약 30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끝까지 회수가 어려울 전망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옛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은 총 29조7000억 원. 자산관리공사(KAMCO)는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35조7000억 원의 대우 채권을 12조7000억 원에 사들였고 예금보험공사는 이로 인한 손실을 메워 주기 위해 금융회사에 17조 원을 증자 또는 출연(出捐)했다.

KAMCO는 지금까지 출자전환(부채를 자본으로 바꾼 것)으로 얻은 주식을 매각하고 담보로 잡은 채권을 회수해 5조3300억 원을 회수했다. 여기에는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대금 1조 원이 컸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회사별로 출자전환 금액 및 처리 방법이 달라 정확한 회수금액을 산정하기 어렵다. 다만 금액이 큰 인수합병(M&A)은 △쌍용자동차 매각 5000억 원 △옛 대우자동차(상용차와 버스 포함) 매각 2조5000억 원 등이다.

또 우량회사로 변신한 옛 대우 계열사의 매각에서 추가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현재 나와 있는 대형 매물은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 3개 사. 일반적으로 시가(時價)에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지만 대우종기는 인수자 간 경쟁이 치열해 프리미엄이 시가의 100%까지 뛰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시가의 50%로 보고 지분을 감안하면 대우조선해양은 약 3조 원, 대우건설 2조 원, 대우인터내셔널은 1조 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우정밀, 대우일렉트로닉스, 대우증권 등 나머지 회사의 매각분을 감안해도 총 회수금액은 15조 원을 약간 넘는다는 게 M&A 업계의 추정이다.

외국의 기업구조조정 사례와 비교할 때 회수율 50%는 그리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김우중 전 회장이 국민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옛 대우그룹 주요 계열사 현황
과거 회사명현재 회사명(최대주주)현황
㈜대우대우인터내셔널(자산관리공사 35.8%)교보생명 주식(24%)과 미얀마 가스전 평가 문제로 매각 지연
대우건설(자산관리공사 44.3%)자산 실사 진행 중. 올해 말이나 내년에 매각
㈜대우청산 진행 중
대우중공업대우조선해양(산업은행 31.3%)원화 강세와 원자재 값 상승으로 매각 유보
대우종합기계올해 4월 두산중공업 컨소시엄에 1조6880억 원에 매각
대우자동차승용차 부문2002년 10월 제너럴모터스(GM)에 2조3000억 원에 매각
상용차 부문2004년 2월 인도 타타그룹에 1206억 원에 매각
버스 부문2003년 4월 영안모자에 1400억 원에 매각
대우자동차해외 법인을 정리한 뒤 청산 예정
대우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자산관리공사 57.4%)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 내년 이후 매각
대우전자청산 예정
대우정밀대우통신에 흡수된 뒤 다시 분할(자산관리공사 35.4%)워크아웃 중. 9월 매각 완료 예정
대우캐피탈대우캐피탈CRV신한은행·아주산업 컨소시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 중
대우증권대우증권(산업은행 36.4%)매각 보류(산업은행 자회사로 존속 가능성)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기다리고 있는 소송만 24건▼

‘고국에 돌아와도 편안하기는 힘들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귀국 후 각종 형사 추징금과 민사소송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식적으로 국내에 재산이 전혀 없지만 부인과 자녀들은 상당한 재산을 갖고 있다. 앞으로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서 정부의 은닉재산 추적 작업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 줄줄이 걸려 있는 소송

김 전 회장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은 13일 현재 서울중앙지법에 13건(소송가액 2948억 원), 서울고법에 11건(189억 원)이 계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2002년 9월 김 전 회장 등 6명을 상대로 낸 647억 원의 대여금 청구소송 선고공판이 다음 달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다.

이 소송은 김 전 회장이 1997년부터 ㈜대우를 연대보증인으로 해 환어음이나 선적서류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제일은행에서 8800억 원을 빌렸으나 이를 제대로 갚지 않아 제기됐다.

소송금액이 가장 큰 것은 제일은행이 2003년 5월 대우와 김 전 회장 등 15명을 상대로 낸 135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서는 대법원이 올해 4월 대우그룹 전직 임원들에게 총 23조 원의 추징금을 선고했기 때문에 김 전 회장에게도 같은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 재산은 얼마나 남았나

법적으로 김 전 회장에게는 재산이 없다. 1999년 대우그룹이 무너지기 직전 금융권에서 4조 원을 지원받는 대가로 계열사 주식을 포함해 개인 재산 1조3000억 원을 담보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자산관리공사는 이 가운데 옛 대우중공업 대우증권 오리온전기 등 계열사 주식을 대부분 팔았다. 그러나 가장 규모가 큰 교보생명 지분 11%(주당 65만 원, 9800억 원 평가)는 아직 팔리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은 법원 경매를 통해 팔렸다.

정부 당국은 기업주의 부실경영 책임을 묻는다는 차원에서 몇 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는 좋지 않다.

김 전 회장이 딸에게 증여한 이수화학 주식(약 24억 원) 반환소송에서 자산관리공사는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2심에서 패소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부인 정희자(鄭禧子) 씨와 자녀들을 상대로 경기 포천시에 있는 아도니스골프장 환수 소송도 냈으나 1, 2심에서 자산관리공사가 모두 패소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5년 8개월 동안 유럽과 아시아를 오갔고 대우그룹의 해외 자금거래가 매우 복잡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진짜 ‘빈털터리’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의구심도 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