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기자의 올 댓 클래식]뻐꾸기 울음 계이름은?

  • 입력 2005년 6월 15일 03시 16분


국내외 4개 교향악단이 6월 한 달 동안 ‘거인 릴레이’를 펼친다. 7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한 것을 시작으로, 12일에는 2005 교향악 축제에 참가한 경기도립 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연주했고 23, 24일에는 KBS교향악단이 정기연주회에 이 곡을 올린다. 30일에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부천시민회관의 ‘말러 인 부천’ 시리즈 개막작품으로 이 곡을 연주한다. ‘거인의 전성시대’라고 할까.

일요일인 12일, FM으로 중계되는 경기도립 오케스트라 연주를 집에서 듣다가 문득 1악장 중간부에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뻐꾸기 소리에 귀가 솔깃해졌다. 거실에서는 아이가 피아노로 오스트리아 동요 ‘뻐꾸기’를 치고 있었다. 말러의 뻐꾸기는 도-솔, 즉 완전 4도로 노래하고 있었지만 동요 속의 뻐꾸기는 솔-미, 단 3도로 노래했다.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음반을 꺼내들었다. 미-도, 즉 장 3도로 노래하는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레스피기의 ‘새’ 모음곡도 찾아보았다. 동요와 같이 솔-미, 단 3도였다. 피아노 소품으로 널리 사랑받는 요나손의 ‘뻐꾸기 왈츠’도 있다. 미-도, 장 3도다. 또 없을까?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2악장에 뻐꾸기 소리가 나온다. 미-도, 역시 장 3도였다. 우리 민요 ‘새타령’은? ‘뻐뻐꾹 뻐꾹….’ 서양 음계로 해석하면 도-라, 단 3도였다.

실제 뻐꾸기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새소리 백 가지’(현암사)라는 책 속의 CD를 들어보았다. ‘뻐꾹’ …이것 봐라, 뻐꾸기가 두 음 사이를 슬라이딩하듯 노래하는 포르타멘토(미끄러지기) 창법을 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파미-도, 또는 도시-솔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완전 4도와 장 3도가 모두 정답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말러의 가곡 ‘높은 지성에의 찬미’에도 뻐꾸기 소리가 나온다는 사실이 머리에 떠올랐다. 노래 마지막 부분에서 뻐꾸기는 미-도, 도-솔을 연속해서 노래하고 있다. 역시 말러의 귀가 정확했던 것일까?

“이봐, 유럽 뻐꾸기 소리 들어본 적 있어?”라고 한다면, 없는 것 같다. 파미-도를 노래하는 뻐꾸기가 세상의 모든 뻐꾸기를 대표한다는 법은 없다. 독일어로 ‘뻐꾸기에게(Zum Kuckuck)’는 ‘어처구니없다’는 뜻이라던가. 속된 말로 한번 ‘뻐꾸기 날려’(수다 떨어) 봤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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