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12일, FM으로 중계되는 경기도립 오케스트라 연주를 집에서 듣다가 문득 1악장 중간부에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뻐꾸기 소리에 귀가 솔깃해졌다. 거실에서는 아이가 피아노로 오스트리아 동요 ‘뻐꾸기’를 치고 있었다. 말러의 뻐꾸기는 도-솔, 즉 완전 4도로 노래하고 있었지만 동요 속의 뻐꾸기는 솔-미, 단 3도로 노래했다.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음반을 꺼내들었다. 미-도, 즉 장 3도로 노래하는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레스피기의 ‘새’ 모음곡도 찾아보았다. 동요와 같이 솔-미, 단 3도였다. 피아노 소품으로 널리 사랑받는 요나손의 ‘뻐꾸기 왈츠’도 있다. 미-도, 장 3도다. 또 없을까?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2악장에 뻐꾸기 소리가 나온다. 미-도, 역시 장 3도였다. 우리 민요 ‘새타령’은? ‘뻐뻐꾹 뻐꾹….’ 서양 음계로 해석하면 도-라, 단 3도였다.
실제 뻐꾸기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새소리 백 가지’(현암사)라는 책 속의 CD를 들어보았다. ‘뻐꾹’ …이것 봐라, 뻐꾸기가 두 음 사이를 슬라이딩하듯 노래하는 포르타멘토(미끄러지기) 창법을 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파미-도, 또는 도시-솔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완전 4도와 장 3도가 모두 정답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말러의 가곡 ‘높은 지성에의 찬미’에도 뻐꾸기 소리가 나온다는 사실이 머리에 떠올랐다. 노래 마지막 부분에서 뻐꾸기는 미-도, 도-솔을 연속해서 노래하고 있다. 역시 말러의 귀가 정확했던 것일까?
“이봐, 유럽 뻐꾸기 소리 들어본 적 있어?”라고 한다면, 없는 것 같다. 파미-도를 노래하는 뻐꾸기가 세상의 모든 뻐꾸기를 대표한다는 법은 없다. 독일어로 ‘뻐꾸기에게(Zum Kuckuck)’는 ‘어처구니없다’는 뜻이라던가. 속된 말로 한번 ‘뻐꾸기 날려’(수다 떨어) 봤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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