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안이라고 내놓은 공영이사제는 ‘비리(非理) 사학’에 한정하자는 점만 차이가 날 뿐, 사학 운영권을 외부 인사에게 내주도록 한다는 점에서 여당의 개방형 이사제와 본질적으로 같다. 개방형 이사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한다. 한나라당은 다른 교육현안 처리를 위해 사학법 문제를 빨리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라지만, 헌법적 가치에 어긋나는 여당 안에 편승하는 ‘정략적 거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개방형 이사제는 사학법인의 피고용자인 교사 등이 추천한 외부 인사에게 학교 운영 결정권의 3분의 1을 주라는 것이다. 사기업 종업원들에게 경영진 인사권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부에선 사학의 공익성을 내세우지만 학교법인이라고 해서 재산권과 경영권을 침해해도 좋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한나라당은 비리 사학에만 공영이사제를 적용하겠다고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이는 제도 악용의 소지에 눈감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특정 세력이 표적으로 삼아 의혹을 부풀리면 ‘비리 사학’이 되고 말았던 전례가 무수하다. 어떤 사학이 비리 사학이냐에 대한 판단도 지극히 자의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사학재단 감사 1명을 학교운영위 추천으로 임명하겠다는 공영감사제 역시 학교 운영권에 대한 침해다.
한나라당은 이른바 4대 쟁점 법안 가운데 신문법 처리과정에서도 ‘타협이라는 명분으로’ 여당에 동조했다. 그래서 언론자유에 역행하는 위헌적 법률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게 하는 과오를 저질렀다. 그 결과로 세계의 언론인들 앞에서 나라가 망신을 당했다. 한나라당은 뒤늦게 신문법을 개정하겠다고 하지만, 사학법에 있어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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