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 문제점]2007 大選등 ‘청사진 변수’ 많아

  • 입력 2005년 6월 25일 03시 02분


“행정도시 반대” 대전역 집회행정중심도시 예정지로 토지를 강제수용 당하게 되는 충남 연기군 일부 주민과 수도분할반대운동본부 회원들이 24일 대전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행정중심도시 건설 추진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전=연합
“행정도시 반대” 대전역 집회
행정중심도시 예정지로 토지를 강제수용 당하게 되는 충남 연기군 일부 주민과 수도분할반대운동본부 회원들이 24일 대전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행정중심도시 건설 추진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전=연합
176개 공공기관의 이전 지역이 확정됐지만 앞으로 사업 추진과정에서 헤쳐 나가야 할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우선 전체 공공기관(410개)의 42.9%에 해당하는 176개 기관, 3만2000여 명이 대이동 하는 데 따른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 하반기 이뤄질 구체적인 입지 선정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주민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도 큰 숙제.

○ 정부 추산 이전비용은 12조 원

정부는 자체 청사를 갖고 있는 106개 기관은 이를 팔아 이전 비용으로 쓸 방침이다. 청사를 빌려 쓰고 있는 나머지 기관들은 공동청사 신축이나 민간투자유치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이전비용 전부를 충당할 수 없다. 추병직(秋秉直)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답변에서 “이전 비용으로 12조 원이 필요한데 이전 대상 기관의 자산 매각 대금은 8조7000억 원 정도여서 3조3000억 원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이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한국전력 등 일부 기관은 수도권에 지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청사 매각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24일 “이전 대상 기관은 반드시 청사를 매각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마찰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전 대상 기관과 소속 직원들에 대해 각종 세제 혜택과 수당, 자금 대출, 교육시설 지원을 할 예정이다. 정부 추산 이전비용에 포함되지 않은 지원 비용은 재정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

○ 부동산시장 과열 우려

12개 광역자치단체별로 3∼47개씩 나눠진 공공기관의 구체적인 입지를 정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기초자치단체 사이에 유치를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슷한 기능을 가진 기관들을 묶어 한곳에 배치한 것은 업무효율성을 감안해서이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끼리 나눠 먹기 식으로 기관을 배치하면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부동산시장도 불안하다. 9월 구체적인 이전지역 선정을 전후해 부동산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 이전 지역을 중심으로 혁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 공공기관이 옮겨가기 때문에 전국적인 부동산시장 과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우려해 구체적인 공공기관 입지 선정 전에 예상 후보지와 주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토지투기지역 등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혁신도시 건설로 생기는 개발이익은 일정 부분 국가가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 업무 효율성은

정치환경이 바뀌면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전 지역에 새로 건물을 짓고 이주가 시작되는 시점은 17대 대선이 치러지는 시기(2007년 말)와 맞물려 있다. 새 건물에 실제 입주하는 시기는 2010∼2012년.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근거해 추진되고 있어 정치환경이 변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다. 지금도 공공기관 지방 이전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지역을 옮기더라도 이전 대상 기관들의 주요 업무는 수도권에서 이뤄져야 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주택공사 등 일부 이전 대상 기관들은 배정된 지역과 업무 연관성이 없는데도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전 지역이 결정됐다고 주장한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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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적문제 없나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은 법적 근거를 갖추고 추진하는 것일까.

만일 법적 준비가 갖춰지지 않았다면 추진 과정에서 위법 시비 등에 부닥쳐 계획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없을까.

이 문제는 각 기관의 설립 근거가 되는 모법(母法)과 정관의 규정을 개별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본사 소재지를 규정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모법에 규정하지 않고 정관에 위임하는 경우와 모법이 직접 규정하고 있는 경우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전자에 속한다. 예컨대 한국전력의 경우 한국전력공사법 제3조 1항에서 ‘공사의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는 정관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전의 정관은 모법의 위임에 따라 ‘본사의 소재지를 서울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광업진흥공사, 석탄공사 등 대부분의 대형 공기업이 비슷하다.

이들 공공기관의 이전은 정관 개정을 거쳐야 한다. 정관 개정 절차는 각 정관에 규정되어 있는데, 대부분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에 의한다.

그런데 이들 기관의 경우 정부가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50% 이상은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정관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관을 개정해 본사 소재지를 바꾸는 데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모법에서 본사의 소재지를 직접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대표적인 사례는 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법 제5조 1항은 ‘기금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도 주택금융공사법 제4조에 ‘공사는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규정이 있다.

따라서 이들 기관의 본사를 옮기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법률을 일일이 개정하는 것이 복잡할 수도 있으므로 각 금융기관의 본사 소재지를 규정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일괄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해서 적용된다.

물론 법 제정 및 개정은 국회의 권한이다.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므로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반대하면 이들 공공기관의 이전은 법적 문제 때문에 어렵게 될 수도 있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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