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

  • 입력 2005년 6월 25일 0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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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안광복 지음/230쪽·8900원·사계절(2004년)

읽고는 싶지만 망설여지는 책이 고전이다. 시대적 거리감이나 무거운 주제, 그리고 사색의 깊이 등을 이유로 우리는 고전을 꺼린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삶을 대하는 깊이나 무게는 고전이 고전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2500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 자신을 비춰 주고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분명 망설임 없이 권할 수 있는 고전이다.

그는 신을 믿지 않으며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명으로 고소돼 사형을 당한다. ‘그보다 더 지혜로운 자는 없다’는 그가, ‘진리라는 아기를 낳게 하는 남자 산파’라는 말 그대로 산파술의 대가로 꼽히는 그가 논리적인 변명에도 불구하고 사형을 당했다는 것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런 수많은 의문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변명’은 정확한 변론 기록이라기보다는 플라톤이 각색한 일종의 ‘법정 드라마’이자 ‘소설’이다. 그 소설 속에서 소크라테스는 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오해에 대해 반론을 편다. 그의 논박술의 핵심은 상대방의 주장을 기초로 하여 원래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예’, ‘아니요’라는 짤막한 대답을 이어가다 보면 상대는 어느새 모순에 빠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논박술을 바탕으로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자신을 변론하고,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 나가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논리적인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성공적으로 자신의 논리를 펴지만, 소크라테스에 대한 재판은 논리에서 이기고 판결에서 진 싸움이 된다. 스포츠 경기도 실력이 있다고 꼭 이기는 것이 아닐진대 세상일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하긴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변명’이라기보다는 ‘최후 진술’에 가깝다. 유죄냐 무죄냐를 가린 첫 판결(280 대 220)보다 형량을 결정한 두 번째 판결(360 대 140)이 더 나빠진 까닭도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는 그의 완강한 태도 때문이었다.

필자는 일방적으로 소크라테스를 응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민주 투사’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항한 투사’라느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 하지 않았다’느니 하며 소크라테스의 빛과 그늘을 세밀하게 들추어 낸다. 그래서 이 책은 균형 잡힌 시각과 함께 사실과 원칙에 입각해 사물을 판단하는 힘을 길러준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경구처럼 소크라테스라는 소문과 실체에 대한 확인은 삶에 대한 이해나 사고의 깊이를 한껏 더해 줄 것이다.

문 재 용 서울 오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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