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박사과정의 ‘뉴 제너레이션’이 모여 한국의 민족주의를 주제로 국제 워크숍을 갖는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주제를 ‘한국의 민족주의’로 잡은 것은 한국의 반일, 반미 감정이 전례 없이 커진 최근의 상황을 반영한 듯했다.
워크숍 셋째 날인 지난달 29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김유리(金釉璃·27·여) 씨는 ‘한국의 반미, 반일 민족주의와 그 양가성(兩價性)’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김 씨는 국적법 개정에 따른 젊은이들의 국적 포기 현상을 예로 들면서 한국 젊은이들이 반미 반일을 외치면서도 미국 일본을 동경하고 추종하는 현상을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구한말 독립신문 사장을 지내며 배일(排日)에 앞장서다 나중에 일본 귀족원 의원까지 지낸 윤치호(尹致昊)의 친일 전향 과정을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왜 일본과 달리 기독교가 성했는가’라는 주제로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인 마쓰타니 모토가즈(松谷基和·30) 씨에게는 김 씨의 분석을 통해 ‘윤치호’란 기독교인을 알게 된 것이 워크숍 성과 중 하나였다.
규슈대 직원회관에서 숙식을 같이하며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은 밤이면 후덥지근한 후쿠오카의 열기를 캔맥주로 식히며 학계에서 금기시되는 질문도 주고받았다. 29일 밤에는 ‘종속국이 된다고 손해보는 게 뭔가’라는 위험하고 도발적인 주제가 화제가 됐다. 기성학자가 입에 올렸다가는 ‘매장’될 게 확실한 질문이었지만 연구자들의 자세는 개방적이었다.
워크숍은 한국어로 진행됐다. 중국 푸단(復旦)대에서 박사과정을 막 끝낸 중국인 차이젠(蔡建·39) 씨나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교(SOAS) 박사과정의 일본인 도요시마 시노(豊島志乃·34·여) 씨는 자료는 영어로 쓰고, 발제는 한국말로 하느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의사전달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 출신의 학생이 없었던 것은 한국학 연구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아쉬움을 남겼다.
워크숍 지도교수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존 덩컨 교수는 “젊은 연구자들이 국제적 감수성을 가지고 대화할 때 기성세대가 뛰어넘지 못했던 편협한 민족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후쿠오카=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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