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과논술은 본고사?=서울대는 정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을 지원자격 기준으로 활용하고 ‘논술+학생부+면접’으로 선발한다.
문제는 논술. 고교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역사와 사회, 언어와 문학 등 통합교과 형태로 출제해 독서를 통한 창의력 사고력 분석력 등을 측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고사 논란이 불거졌다.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기존 본고사와 다르다”와 “‘변형된 본고사’다”로 견해가 엇갈린다.
대성학원 이영덕(李永德) 평가실장은 “통합교과논술은 중앙대 동국대 등 주요 사립대가 수시모집에서 몇 년 전부터 활용하고 있는 방식”이라며 “예시 문항도 보지 않은 채 이제껏 용인해 온 논술을 갑자기 본고사로 단정하느냐”고 말했다.
▽사교육을 부추길까?=학원들이 벌써부터 본고사라며 발 빠르게 움직이자 사교육비 부담의 증가를 우려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학교는 상위권 학생만을 대상으로 논술 교육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H고 교감은 “명문대 선호 욕구가 있는 한 어떤 입시 제도를 도입해도 사교육비가 줄지 않는다”며 “사교육은 계속 팽창해 왔고 다만 형태가 바뀔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도입하면 수능이, 내신을 강화하면 내신 과외가 생겼다는 것.
대성학원 이 실장도 “학원에서 가르치는 통합교과논술을 학교에서 못 가르칠 이유가 없다”며 “학교는 그동안 객관식 수능 교육에 매달리느라 주관식(서술형, 논술) 교육에 소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단국대사범대부속고 이유선(李裕善) 진학부장은 “학원이 학교보다 나은 점은 요령과 테크닉을 가르치는 것”이라며 “새 입시안이 실력을 심도 있게 평가하는 것이라면 학교가 학원에 뒤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목고-강남에만 유리하다?=지역균형선발은 오히려 서울 강남이나 특목고에 역차별적 요소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성적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잠재력을 평가해 뽑으라는 정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지만 지역균형선발 비율이 30%나 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크다.
2005학년도 입시에서 지역균형 합격자 중 특목고 출신은 2명에 불과하다. 특목고 출신이 학생부에서 절대 불리하기 때문이다.
경희대 이기태(李基太) 입학처장은 “다른 전형에서 유리한 것은 쏙 빼놓고 일부 전형에 국한시켜 특정 출신에 유리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기자 전형이 특목고에만 유리하다는 비판에 대해 서울대는 “자연계와 공대의 선발 인원이 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과학고 출신을 대상으로 한 동일계 특별전형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별도의 특목고 동일계 특별전형을 마련하지 않을 계획이다.
▽학생부 반영비율을 더 높여라?=교육 시민단체는 “서울대가 내신 반영비율을 높이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정부 방침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내신 9등급제’의 도입에 따라 반영 비중을 높이지 않아도 특목고 출신이 더 불리해진다. 현재는 상위 10%까지 1등급 점수를 주는 등 사실상 ‘내신 5등급제’를 활용하고 있으나 2008학년도 이후엔 9등급으로 세분화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서울대에 지원하는 학생은 내신이 거의 1등급이기 때문에 반영비율을 높여도 결국 논술 등 다른 전형으로 실력을 가릴 수밖에 없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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