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사는 특파원들에게 “내 얼굴 좋지 않으냐”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오찬 모임에서 있었던 홍 대사의 ‘말 한 토막’을 전했다. 홍 대사가 “지금까지 동서화합, 남북화해를 위해 노력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이런 부분에 역할을 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하더라는 것이다.
홍 대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직책’을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사는 3월 몇몇 특파원들과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간담회를 가졌을 때 햇볕정책에 대한 소신을 언급한 적은 있다. 하지만 26일 오찬 모임에서처럼 ‘동서화합 및 남북화해를 위한 역할’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홍 대사의 사의 표명 사실을 보고받고 “중요한 시기에 원만하게 업무 수행을 해왔는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한 대목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과 홍 대사를 이어주는 끈이 이번 일로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홍 대사는 이날 오찬석상에서 ‘X파일’ 사건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토로하고 아쉬움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사는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선거자금 전달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 것을 자신의 업보이자 허물로 얘기했다고 대사관 관계자는 전했다.
홍 대사는 “1997년 상황에 대해 깊은 반성을 했고, 이후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3월 특파원 간담회에서도 “1997년 대선 때 나는 이회창 후보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었고, 1999년 사건(탈세조사)도 그 인과응보로 보고 있다. 그게 하나의 교훈이 됐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홍 대사는 “지금 X파일에서 거론된 ‘상황’은 1999년 탈세혐의로 구속된 이후에 벗고 나온 ‘허물’을 겨냥한 것인 만큼 거듭 태어난 나의 지금 실존과는 거리가 있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 주미 대사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서명 5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함으로써 공식적인 외부 활동을 재개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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