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과학 분야에 관련된 내용은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기출 문제를 보면 나노 기술, 천체 물리학, 원자 구조 모형, 아미노산의 이온화 평형 등이 망라된다. 구술시험은 답을 맞히느냐보다 어떻게 풀어 가는지 그 과정을 더 중히 여긴다. 과학적 마인드를 가지고 사물과 현상을 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 방법이 막연하게 느껴지면 이 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었던 첨단 과학의 성과들을 어떻게 따져 보면 좋은지 꼼꼼하게 모범을 보여 준다. 또한 신문에 나왔던 최신 과학 기사들을 일반인의 쉬운 언어로 검토한다.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과학인들의 사고방식을 체험하고 과학기사를 소화하는 방법도 함께 배우게 된다.
과학은 의심을 먹고 자라며, 반증 가능성을 허용하면서 성장해 왔다. 우리는 과학을 불변의 진리라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과학 지식이 ‘논쟁 중’임을 잊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나노 기술이 각광 받을 때 그것이 인체에 무해한가 여부는 쉽게 묻힌다. 고령 출산이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를 들으면서 왜 하필 35세가 기준인지는 굳이 따져 보지 않는다. 새로 개발된 신약에는 질병 치료의 긍정적 작용 외에 부작용은 없는지, 제약회사는 불리한 데이터들도 모두 공개했는지는 묻지 않는다. 유전자조작 콩이나 감자는 경계하면서도 황우석 교수가 성공했다고 발표한 ‘광우병 안 걸리는 소’의 인체 안전성 여부는 불안해하지 않는다.
제목처럼,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 과학 기사도 실험할 때처럼 끊임없이 질문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표본 선택은 합리적인지, 복잡한 변인들과의 관계 설정은 적절한지, 발표된 연구의 결점은 없는지를 묻는 모든 행위가 바로 과학의 모습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사안마다 전제를 의심하고 제시된 자료의 출처와 정확성을 살피는 과학적 마인드를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다.
과학을 성찰하는 자세가 결핍될 때 두려움은 증폭되고 과학은 후퇴할 수 있다. 이 점은 교과서에서 터득한 원리를 실제 현상 안에서 걸러내야 할 수험생에게도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다.
권 희 정 상명대사대부속여고 철학·논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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