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종훈]시민운동단체 새 틀에 ‘경제살리기’ 담자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코멘트
최근의 사회 분위기는 시민운동단체에 대해 비판과 아울러 새로운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현대사의 고비마다 시민운동단체들이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을 펼치며 역사 발전의 큰 수레바퀴 역할을 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민운동단체의 이러한 긍정적인 역할에 힘입어 수많은 단체가 우후죽순 격으로 난립해 백가쟁명식의 시민운동을 전개하면서 이제는 시민운동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싹트고 있다.

흔히 21세기를 ‘시민권력 사회’라고 한다. 시민권력 사회는 민주정치와 시장경제 그리고 복지사회가 조화를 이루고, 사회 정의가 통하는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사회’를 의미한다. 이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시민이 유권자로서 정치를 감시하고, 납세자로서 정부를 감독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주인의식을 발휘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독재정치와 빈곤 때문에 이러한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으나 국민과 시민운동단체의 민주화 투쟁에 힘입어 이제 민주정치의 제도와 기구는 마련했다.

하지만 ‘20세기형 하드웨어식 투쟁운동’이다 보니 아직 민주주의적 질서와 원칙은 미흡하다. 또한 시장경제의 틀은 만들었으나 그 정신과 원리는 찾아볼 수 없으며, 복지사회의 형식은 갖추었으나 그 알맹이를 담지 못한 실정이다. 이제는 시민운동도 그 투쟁 방법과 내용을 바꾸어야 할 때다. 시민운동단체가 그 역사적인 사명을 다하여 현대사회의 모습과 모양을 갖춘 만큼 이제는 그 틀 안에 민주정치의 질서와 시장경제의 정신과 복지사회의 실체를 채워 넣어 질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21세기형 소프트웨어식 정신운동’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이는 시대적 사명이다.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 실증적 조사연구를 통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국정을 감시하며 미래지향적인 국민 통합의 장을 만드는 새로운 차원의 시민운동으로 승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전 국민의 바람은 서민생활의 안정인데도 정치권은 정쟁에 매달리고 있다. 시민운동단체의 새로운 현주소를 정신운동과 경제 살리기 운동에서 찾아야 한다.

또 우리의 현재 좌표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의 문턱인데, 갈등구조 속에 함몰돼 미래로 전진하기보다는 과거로 후퇴하는 감을 주고 있다. 여야 대립과 노사 불신, 불평등 심화 등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시민운동단체의 새로운 역할은 과도기적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차원 높은 정신운동을 전개하는 것이어야 한다. 동시에 국민적인 여망인 경제 살리기 운동에도 앞장서야 한다.

사람과 돈과 공장 모두가 국외로 탈출하고 있는데, 국내에 남아 있는 기업마저 투자를 하지 않고 증권시장에서 재테크를 일삼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상장기업이 증가하지 않고 유상증자도 부족해 주식 공급이 늘지 않아 주가가 오히려 올라가는 역설적인 경제논리가 통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과 국민 모두가 투자 분위기를 조성해 경제를 살리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할 때다.

정치권의 여와 야, 경제계의 노와 사,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모두 모여 ‘6자회담’을 열 것을 제안한다. 대립과 갈등과 반목을 일정 기간 중단하고, 21세기 선진화운동으로서 경제살리기 운동을 전 국민적인 차원에서 ‘다걸기(올인)’하는 사회협약을 맺을 것을 제안한다. 이를 언론계 학계 종교계가 감독하고 평가함으로써 그 결과에 대해 각자가 책임지게 해야 한다. 시민운동단체는 새로운 시민운동인 정신운동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21세기 신한국을 창조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종훈 시민사회포럼 회장·전 중앙대 총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