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뒤 많은 국민이 축구에 관한 한 자긍심을 갖게 됐다고 본다. 그 자긍심은 독일월드컵이 열리는 2006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로 발전되었고, 자긍심은 언제부터인가 ‘섣부른 자존심’으로 변해 갔다.
한국은 경제에서 ‘압축 성장’ 과정을 겪었다고 하지만 축구에서는 훨씬 농도 짙은 ‘압축적 도약’을 경험했다. 그러다 보니 압축 성장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찮았는데 2002년 월드컵 신화에 따른 후폭풍은 참으로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다. 한 번 이룬 성과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높은 목표가 자연스럽게 제시된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항은 우리가 이룬 월드컵 4강 신화가 축구 선진국으로서, 축구 강국으로서 얻은 탄탄한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6년을 준비하며 우리는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 등 두 명의 감독과 이별했고, 이제 또 다른 감독을 맞을 준비를 한다. 그는 네덜란드인 딕 아드보카트다. 새 감독 후보를 정할 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다음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살폈다.
첫째, 부족한 기술적 부분을 보강하고, 협회와 좀 더 원활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연한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를 찾아야 했다. 둘째, 단기 해결책과 더불어 한국 축구가 현대화된 시스템과 전문화된 대처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장기 과제를 계속 수행해 줄 인물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드보카트 감독과 한국을 잘 아는 핌 베르베크 코치, 아프신 고트비 분석관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신임 감독이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이뤄 낸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이런 성과를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축구에 관한 한 지적이며 정신적으로 성숙된 단계로 끌어올려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이 기쁨과 환희로 축구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일련의 감독 교체 과정에서 많은 시간적 물리적인 손실을 보았지만 ‘축구의 성숙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필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을 축구 기능인을 넘어서 축구학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에게도 히딩크 감독 때와 같이 한국인의 ‘삼세번의 철학’을 가르쳐 주고, 지켜보며 믿어 주자.
나아가 이제 한국 축구는 장기적인 축구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홍명보 황선홍 등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축구를 통해 대한민국을 알리고, 세계에 한국의 축구문화를 알리는 전도사로 커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지켜보는 여유를 가져야 할 때다.
반도체가 강한 나라, 정보기술(IT) 산업으로 대표되는 나라, 작지만 힘을 합치면 빠르고 신속한 나라의 국민이 아드보카트 감독을 중심으로 한 축구판에 다시금 힘을 모아 줄 때다. ‘우리’라는 한목소리를 이끌어 내는 감독이기를 바라며, 27일에 있을 국정감사가 또한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감독 인선 발표가 있던 13일, 늦여름의 무더위를 씻어 내는 장대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묵은 체증이 가시듯 ‘아드보카트호’가 시원하게 출범하기를 기대한다.
강신우 축구協기술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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