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하고 실용적인 ‘탈거리’ 스쿠터의 인기가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복잡한 도심 속을 바삐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교통수단이 없을 정도.
아직도 스쿠터가 중국요리집이나 피자가게 배달원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시대의 흐름에 한 참 뒤진 사람이다.
▼연비 짱…기름값 치솟자 국내·외서 판매 급증▼
최근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기름값 때문에 더욱 각광받고 있다.
스쿠터가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 보통 소형차의 연비가 휘발유 1리터 당 15km 내외인데 비해 스쿠터는 35km 이상이다.
9월 초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금상미(여·27)씨는 “두 달 전부터 스쿠터로 출퇴근과 회사 업무를 보고 있다”면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때 보다 돈이 더 적게 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스쿠터 생산업체인 H사는 올 상반기에 8000여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다른 업체도 전년대비 2~3배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스쿠터 열풍’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LA 타임스는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 팔린 스쿠터는 모두 8만6천대로 4년 전인 2000년에 비해 두 배로 늘었고 올 들어서는 판매량이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꼭 경제적인 이유 만으로 스쿠터가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개성 강한 젊은이들의 유행 아이템으로 자리 잡아▼
오히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자신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패션소품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젊은 여성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모 방송사의 인기드라마 ‘루루공주’에서 재벌 딸로 분한 주인공이 깜찍한 디자인의 스쿠터를 타는 장면이 나온 것도 스쿠터가 여성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는 현재의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스쿠터 판매업체 ‘De샵’ 종업원 김상봉(29)씨는 “스쿠터를 사는 사람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라며 “경제성 아니면 유행”이라고 잘라 말했다.
스쿠터 붐에는 세련된 디자인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초기 오토바이 모양을 본떠 기계식 계기판과 큼지막한 전조등을 단 개성적인 디자인의 스쿠터를 제조사들이 앞다퉈 선보이면서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
가장 인기 있는 모델 중 하나인 ‘쥬드’의 경우 인터넷 동호회원수가 2만여 명에 이른다.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클래식 스쿠터는 국내 업체인 KMTA의 쥬드와 HSRC의 로망스를 비롯해 일본 야마하의 비노(VINO), 기타 중국산 모델 등이 주종을 이룬다.
▼가격은 엔진 크기 따라 160 만원에서 200 만원 선▼
야마하의 비노(50cc급)는 헬멧이 들어갈 수 있는 수납공간을 시트 밑에 갖추고 있고, 35W의 밝은 헤드라이트, 편리한 급유구 등을 갖춰 젊은 여성들도 많이 찾는다. 가격은 199만원.
HSRC의 로망스는 50cc와 100cc급 두 가지 모델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타던 이탈리아산 스쿠터 ‘베스파’와 닮았다. 50cc급은 159만원, 100cc급은 177만원이다.
KMTA의 쥬드는 125CC급으로 175만 선이다.
중국산 모델은 대부분 야마하 제품을 그대로 복사한 것 같은 외관에 가격은 100만원 안팎에 불과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이 선호한다.
▼조작 쉽다고 얕잡아 봤다간 ‘큰 코’…안전 장구 갖춰야▼
기어가 자동으로 변속되는 스쿠터는 조작이 쉬어 며칠만 연습하면 누구나 거리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스쿠터를 얕잡아 봤다간 큰 사고를 당 할 수 있다. 따라서 헬멧 등 보호 장구를 반드시 착용해야한다.
또 자동차 사이나 길가로 달리는 것 보다 당당하게 차로 중앙을 차지하고 달리는 게 더 안전하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동영상 취재 서중석 동아닷컴기자 missi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