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교수는 1985년 비만 치료를 시작하면서 이 방법을 도입했다. 원래 그의 치료법의 핵심은 일체의 영양 공급을 끊는 단식이다. 처음 이 방식을 도입했을 때 현대의학은 물론 한의학계에서조차 ‘이단아’란 소리를 들었다.
지난달 28일 32세의 여성 A 씨가 신 교수를 찾았다. A 씨의 체중은 74.7kg. 체지방량은 30.9kg이었다. 신 교수는 A 씨를 입원시키고 처음 며칠 절식을 실시한 뒤 바로 단식으로 들어갔다.
단식한다고 해서 누워 있는 것은 아니다. 체내에 쌓인 ‘독’을 제거하기 위해 나흘마다 장세척을 했고 부항은 매일 떴다. 기공과 태극권을 병행했으며 광선-음악 치료, 마사지, 냉온욕 등 쓸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했다.
A 씨는 입원한 지 11일 만인 7일 퇴원했다. 이 때 체중은 67kg, 체지방량은 28.1kg이었다.
그러나 신 교수는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 4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제 절식과 단식의 2단계만 마쳤다는 것이다. 3단계는 통원치료를 하면서 여러 종류의 생약을 혼합해 먹는 ‘약선 치료’, 4단계는 식이요법을 말한다. 이 과정을 모두 끝내려면 4개월 정도 소요된다. A 씨는 현재 3단계 치료를 받고 있다.
현대의학자에게는 장장 10일이나 계속된 이 단식 치료가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이 치료법과 관련된 논문은 대한한방비만학회지에 실린 게 전부다. 유명한 과학저널에는 게재된 게 없다. 다시 말해 현대의학적인 검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신 교수도 이 점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환자가 효과를 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과학은 분명 훌륭한 가치가 있지만 그렇다고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검증 작업은 앞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당장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얼치기 상술’과 대체의학 구별해야
신 교수의 단식 치료법은 이제 여러 한의사가 쓰고 있다. 현대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하더라도 임상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신 교수는 “새로운 방법을 무조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장 과학적인 근거가 없더라도 환자의 60% 이상이 효과를 봤다면 ‘인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중’은 해야 한다는 것.
신 교수는 단식을 자연의학으로 규정한다. 신 교수에 따르면 단식은 원래 종교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민간요법에서 맨 먼저 이용했으며 대체의학에서 다시 응용한 게 현재의 모습이란 것이다. 단식을 하면 ‘육감’이 발달하고 따라서 면역력을 높여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신 교수의 치료법이 현대의학적으로 검증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새로운 이론을 계속 만들고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신 교수의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현재 한의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사상체질(四象體質)을 다시 팔상(八象), 십육상(十六象)까지 세분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정통’으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고 있지만….
다만 ‘얼치기 상술’과 미래의 치료법에 대한 구별은 필요하다. 신 교수는 크게 두 가지의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가 의료인 여부다. 비(非)의료인일 경우 상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 한 가지는 치료법이 보건 당국에 등록된 것이냐 아니냐의 여부다. 신 교수는 새로 개발했다 하더라도 정식으로 등록이 안 된 치료법은 역시 상술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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