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의술’ 대체의학을 해부한다]<4·끝>검증이 남아 있다

  • 입력 2005년 11월 14일 03시 00분


신현대 교수(왼쪽)가 비만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기공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제공 경희대 한방병원
신현대 교수(왼쪽)가 비만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기공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제공 경희대 한방병원
○ 아직도 먼 과학적 검증과 현실 사이

신 교수는 1985년 비만 치료를 시작하면서 이 방법을 도입했다. 원래 그의 치료법의 핵심은 일체의 영양 공급을 끊는 단식이다. 처음 이 방식을 도입했을 때 현대의학은 물론 한의학계에서조차 ‘이단아’란 소리를 들었다.

지난달 28일 32세의 여성 A 씨가 신 교수를 찾았다. A 씨의 체중은 74.7kg. 체지방량은 30.9kg이었다. 신 교수는 A 씨를 입원시키고 처음 며칠 절식을 실시한 뒤 바로 단식으로 들어갔다.

단식한다고 해서 누워 있는 것은 아니다. 체내에 쌓인 ‘독’을 제거하기 위해 나흘마다 장세척을 했고 부항은 매일 떴다. 기공과 태극권을 병행했으며 광선-음악 치료, 마사지, 냉온욕 등 쓸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했다.

A 씨는 입원한 지 11일 만인 7일 퇴원했다. 이 때 체중은 67kg, 체지방량은 28.1kg이었다.

그러나 신 교수는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 4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제 절식과 단식의 2단계만 마쳤다는 것이다. 3단계는 통원치료를 하면서 여러 종류의 생약을 혼합해 먹는 ‘약선 치료’, 4단계는 식이요법을 말한다. 이 과정을 모두 끝내려면 4개월 정도 소요된다. A 씨는 현재 3단계 치료를 받고 있다.

현대의학자에게는 장장 10일이나 계속된 이 단식 치료가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이 치료법과 관련된 논문은 대한한방비만학회지에 실린 게 전부다. 유명한 과학저널에는 게재된 게 없다. 다시 말해 현대의학적인 검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신 교수도 이 점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환자가 효과를 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과학은 분명 훌륭한 가치가 있지만 그렇다고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검증 작업은 앞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당장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얼치기 상술’과 대체의학 구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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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수의 단식 치료법은 이제 여러 한의사가 쓰고 있다. 현대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하더라도 임상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신 교수는 “새로운 방법을 무조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장 과학적인 근거가 없더라도 환자의 60% 이상이 효과를 봤다면 ‘인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중’은 해야 한다는 것.

신 교수는 단식을 자연의학으로 규정한다. 신 교수에 따르면 단식은 원래 종교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민간요법에서 맨 먼저 이용했으며 대체의학에서 다시 응용한 게 현재의 모습이란 것이다. 단식을 하면 ‘육감’이 발달하고 따라서 면역력을 높여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신 교수의 치료법이 현대의학적으로 검증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새로운 이론을 계속 만들고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신 교수의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현재 한의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사상체질(四象體質)을 다시 팔상(八象), 십육상(十六象)까지 세분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정통’으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고 있지만….

다만 ‘얼치기 상술’과 미래의 치료법에 대한 구별은 필요하다. 신 교수는 크게 두 가지의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가 의료인 여부다. 비(非)의료인일 경우 상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 한 가지는 치료법이 보건 당국에 등록된 것이냐 아니냐의 여부다. 신 교수는 새로 개발했다 하더라도 정식으로 등록이 안 된 치료법은 역시 상술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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