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수의학과 석좌교수를 이렇게 치켜세웠다. 하지만 그는 11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와의 일방적인 결별을 선언했다. 평소 그의 얘기와는 달리 황 교수와 상의 한번 없는 통보였다.
과학기술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섀튼 교수는 WP와의 인터뷰 전날인 10일 황 교수를 만났을 때만 해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에 따라 섀튼 교수의 갑작스러운 결별 선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동안 왜 침묵했을까?=황 교수의 난자 채취 과정에 대한 윤리 논란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지난해 4월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는 “황 교수 연구실의 박사 과정 여학생이 난자 기증자에 포함돼 있다”고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황 교수 연구에 사용된 16명의 여성이 제공한 242개의 난자의 출처에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5월에는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윤리 문제를 제기하는 미 스탠퍼드대 밀드레드 조 교수의 글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황 교수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섀튼 교수는 침묵을 지켰다.
학계에서는 섀튼 교수의 이번 결별 선언은 그의 요청으로 시작된 18개월 동안의 공동연구를 깨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2년 가까이 세계 최고 수준인 황 교수팀의 배아 줄기세포 배양 기술 관련 노하우를 사실상 모두 전수받아 이제는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할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줄기세포 전문가들은 “연구 과정의 윤리적 문제를 둘러싼 의혹은 당연히 밝혀져야 하겠지만 줄기세포 연구 분야의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한미 간의 신경전에 황 교수가 희생양이 돼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섀튼은 누구?=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섀튼 교수는 원래 난자 내 미세 소기관을 주로 연구하는 생식 분야 전문가였다. 그는 복제 전문가인 앤서니 챈 교수와 함께 오리건주립대로 옮기면서 영장류의 생식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후 섀튼 교수는 시험관아기를 만드는 방법으로 원숭이를 인공수정하는 데 성공했으며 2001년 세계 최초로 해파리의 형광 유전자를 주입한 원숭이 ‘앤디(Andy)’를 탄생시켰다.
이후 챈 교수와의 불협화음으로 피츠버그대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04년 10월 황 교수팀에게서 배운 복제기술을 사용해 원숭이 배아 복제에 성공하면서 영장류 복제의 세계 권위자로 부상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 줄기세포 공동연구 美 섀튼박사 “황우석 교수팀과 결별”
미국의 세계적인 생명공학자인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가 난자 채취 과정에서의 비윤리성을 거론하며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수의학과 석좌교수와 결별을 선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월부터 황 교수와 줄기세포 공동연구를 해온 섀튼 교수가 공개적으로 윤리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과학계에 파문이 일 전망이다.
WP는 이날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 배경에 대해 “황 교수가 난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윤리 규정을 위반했고 그에 관해 사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가 실험실에서 일하는 한 여성 연구원에게서 난자를 제공받았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통제 권한을 지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서 난자를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는 윤리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나아가 이 여성 연구원이 황 교수에게서 불법적으로 돈을 받았는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황 교수는 그동안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동의를 받고 난자를 제공받았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밝혀 왔다.
한편 박기영(朴基榮·48·여) 대통령과학기술보좌관은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섀튼 교수와의 결별 내용이 보도된 이후 황 교수와 통화했는데 ‘연구원의 난자 기증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면서 “향후 황 교수와 함께 섀튼 교수의 진의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황 교수와 연락을 하기 위해 집과 사무실, 휴대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접촉이 되지 않았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복제개 ‘스너피’ 올 최고 발명품 美 타임誌 선정
황우석 서울대 수의학과 석좌교수팀이 체세포 복제를 통해 탄생시킨 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Snuppy·사진)’가 올해의 가장 놀라운 발명품에 뽑혔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13일 발매한 최신호에서 황 교수팀이 4월 아프간하운드종의 수캐에서 얻은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다른 개의 난자와 결합시키는 ‘체세포 핵치환법’을 통해 복제한 스너피를 올해의 가장 놀라운 발명품으로 선정했다. 타임은 이 밖에 △수소연료전지 엔진을 장착한 자전거 △1회용 캠코더 △음성명령을 인식하는 로봇 고양이 등을 올해 만들어진 놀라운 발명품이라고 소개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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