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인환]南인권만 보고 北인권은 안보나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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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겠다.

어느 날 이등병 한 명이 부대에 배속돼 왔다. 김모 이병은 바둑을 두는 사람이었다. 바둑광인 대대장은 시간만 나면 김 이병을 불러 바둑을 뒀다. 그리고 김 이병이 대대장실에서 내무반으로 돌아올 때면 사탕 과자 과일 등 간식을 얻어와 내무반원들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하루는 김 이병이 대대장실에서 돌아왔는데 얼굴이 시커멓게 멍이 들어 있었다. 사연을 들어본즉 한참 바둑을 두던 대대장이 갑자기 바둑판을 둘러엎더니 때리더라는 것이었다. 왜 때리느냐고 물으니 대대장이 이렇게 말했다 한다. “이때껏 너와 바둑을 수없이 뒀다. 먹을 것도 주고 대접도 잘 해줬는데, 대대장에게 한 번도 져주지 않아? 너는 맞아도 싸.” 그 말을 들은 내무반원들은 “이 고문관 같은 녀석아! 군대 생활은 눈치껏 해야 너도 편하고 우리도 다 편한데, 어떻게 그렇게 했느냐. 가끔은 대대장에게 져주기도 하면서 비위도 맞춰 줘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냐”고 나무랐다. 이 말에 김 이병이 말했다. “저는 프롭니다. 일단 대국에 들어가면 상대가 누구든 신경 안 씁니다. 배운 대로 합니다. 이기고 지고가 문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제 기량을 다 발휘합니다. 저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아마추어는 상대방에 따라 비위를 맞춰 져 주기도 하고 이기기도 한다. 그러나 프로는 상황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배운 대로 원칙대로 최선을 다한다. 환경과 기분과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는 원칙 없이 살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복잡해지고 문제가 많을까? 기본과 원칙을 버리고 환경과 실익에 따라 살기 때문이다. 정치 하는 사람들은 정치 프로다. 그러면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상황에 따라 바뀌면 안 된다. 지금 집권 여당에서 정치하는 분들은 대부분 군사 독재 정권에 항거하던 사람들이다. 그러면 남한의 군사 독재 정권을 재던 잣대와 같은 잣대로 북한도 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재야지 이 상황엔 이 잣대, 저 상황엔 저 잣대를 가지고 대하면 우리가 혼란스러워진다.

남한의 군사 독재보다 북한 김일성 독재가 몇 배 더 심했던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북한은 독재의 차원을 넘어 개인을 ‘우상화’하는 사회다.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보호하기 위해 불길 속에 들어가 목숨을 바친 것이 최고의 미담으로 꼽히는 사회다.

인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군사정권하에서의 인권 탄압은 눈에 보이고 북한 인권에는 왜 한마디 말도 못 하는지 매우 궁금하다. “대한민국은 아예 태어나지 말아야 했고, 태어났더라도 일찌감치 북한에 무력 점령됐더라면 엄청난 인명 피해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한 사람의 인권만 중요한 것인가? 그 문제로 검찰총장이 물러나는 것을 보면서 원칙 없는 사회의 아픔을 경험했다.

정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의 세계다. 원칙대로 해야 한다. 두 개의 잣대를 버리고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인환 성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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