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대신 아이들에게 줄 만한 간식으로 쌀을 재료로 한 떡 만들기 실습도 해보았다. 실습을 하면서 승민이 생각이 난 아내는 먹고 남은 떡을 다른 엄마들 눈총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챙겨왔다.
“자, 이것 좀 먹어봐라. 엄마가 승민이 위해서 만든 거야.”
그러나 승민이는 떡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식탁 위에 굴러다니던 사탕을 집었다. 여럿이 먹으면 덩달아 먹겠지 하는 심정으로 승민이 외사촌 집으로 떡을 가지고 갔는데 그곳 아이들도 마찬가지. 결국 아내 혼자 떡을 다 처분했다.
화가 난 아내. 그날로 가공식품 줄이기 작전에 돌입했다. 먼저 집에 있던 라면, 아이스크림, 치즈, 주스, 과자, 사탕을 모두 버렸다. 승민이가 한창 배고플 무렵에 찐 고구마, 구운 감자 등 ‘엄마표’ 간식을 내놓았다. 이러한 변화로 승민이는 더는 집에서 가공식품을 먹지 않게 됐지만 문제는 집 밖이었다.
감기에 걸린 승민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더니 간호사는 승민이에게 사탕을 건넸다(아, 저 설탕과 색소 덩어리!). 약국에 가니 비타민 드링크를 준다(쯧쯧, 보존제가 든 액체 사탕). 승민이가 친구네 집으로 놀러갔더니 아주머니는 딴에는 챙겨준다고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잔뜩 꺼낸다(음, 유화제가 듬뿍 든 첨가물 덩어리). 패밀리레스토랑에 갔더니 탄산음료 리필은 왜 이리 잘해 주는지(미국에서는 초등학교에서 탄산음료를 못 팔게 한다).
가공식품의 문제는 단순히 몸에 좋지 않다는 것뿐 아니다. 최근에는 이것이 정신건강에까지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발표되고 있다. 가공식품에는 정제당, 나쁜 지방, 화학물질 등 유해물질 삼총사가 들어있는데 이들 모두 뇌세포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슈거블루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설탕은 기분 변화에 밀접하게 관여해 흥분, 불안, 우울증을 야기한다. 나쁜 지방의 주범인 트랜스지방산은 뇌기능과 신경체계를 교란한다. 3000여 종에 달하는 식품첨가물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학계의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렇지만 지천에 널린 게 가공식품이고, 아직까지 이런 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아 가공식품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먹을거리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과자와 사탕으로 손쉽게 달래려고 서서히 아이들을 병들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손으로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챙겨줄 때만이라도 ‘별난 부모’라는 딱지가 붙어도 가공식품을 되도록 멀리하자고 나와 아내는 다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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