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재미’ 주는 상품이 성공
경기 침체와 미래의 불안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의 위안이 필요했다.
올해 최고 인기 드라마 가운데 하나인 ‘내 이름은 김삼순’은 통통한 여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많은 여성에게 위안과 함께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다.
LG텔레콤의 ‘폰앤펀’ 매장은 ‘재미’가 판매 코드. 기존 매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진열된 휴대전화로 게임과 음악을 즐길 수 있다.
GS왓슨스 등 체험형 대형 매장이 잇달아 문을 연 것도 재미를 코드로 해서 구매 욕구를 자극하겠다는 전략이다.
재미와 감성을 결합한 전자제품도 인기였다.
MP3플레이어로는 아이포드와 아이리버 U10, 휴대전화는 ‘슬림폰’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젠 세탁기도 화려한 색상의 ‘컬러 세탁기’가 많이 팔린다. 백색가전이란 말이 무색하다.
아이스크림 가게인 ‘레드망고’는 아이스크림에 얹어 먹는 토핑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는 재미’를 선사했다.
LG경제연구원 여준상 책임연구원은 “불황의 그늘 속에서 ‘마음의 보상’을 갈망하던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참살이’, 생활이 되다
참살이는 이제 생활과 문화로 정착해가고 있다. 할인점 이마트의 라면 매출은 올해 11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가량 감소했다. 1998년 이후 한 번도 줄지 않았던 라면 매출이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참살이 식단이 정착하면서 소금 과다 섭취 우려가 있는 라면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강과 안정을 추구하는 참살이 문화는 모든 제품의 판단 기준이 됐다. 마시는 음료에서는 녹차와 생수가 꾸준하게 팔렸다. 비타민 음료와 각종 건강기능식품의 인기도 여전했다.
전자제품 판매점인 테크노마트에서는 공기청정기가 딸린 냉장고가 인기 품목이었다. 먼지와 진드기 걱정이 많은 엄마들은 ‘한경희 스팀청소기’에 애착을 보였다.
노후생활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적립식펀드 등 주식형 펀드상품이 전성기를 맞았다.
○저가 아니면 프리미엄 제품
저가화장품업체인 더페이스샵과 미샤의 고속 성장은 가격과 상품의 질을 같이 따지는 실속 소비의 단면을 보여 줬다. 저가화장품시장 확대로 국내 화장품 시장은 고가와 저가 화장품으로 확연하게 나눠졌다.
하루 30만∼40만 원대의 특급호텔이 주류였던 호텔시장에도 10만 원대 중저가 호텔들이 약진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고유가 여파가 이어지면서 경유차나 액화석유가스(LPG)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주유 할인 신용카드도 덩달아 인기를 누렸다.
비싼 프리미엄 제품 수요도 크게 늘었다.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와 액정표시장치(LCD) TV, 드럼 세탁기 등 고가의 가전 수요에 힘입어 3년 연속 감소하던 백화점 매출이 올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트렌드 컨설팅업체 아이에프네트워크 김해련 사장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재미와 기술을 결합한 ‘퍼놀러지’ 트렌드가 소비 행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2005년 키워드로 본 히트상품 | |
트렌드 | 히트상품 |
마음의 보상(재미와 감성) | 아이포드, 컬러세탁기, 얇은 휴대전화(슬림폰), LG텔레콤 매장 ‘폰앤펀’, 황우석, 박지성 등 |
참살이의 보편화(건강과 안정 중시) | 적립식펀드, 스팀청소기, 족탕기, 비타500, 녹차, 친환경 소재 화장품 등 |
실속소비 | 저가화장품 더페이스샵, 중저가호텔, 경유차, 유류 할인 신용카드 등 |
프리미엄 소비 | 고급 화장품과 샴푸, PDP TV, LCD TV, 명품, 백화점 매출 등 |
남성의 외형 중시 | 남성화장품, 벨벳 재킷 등 |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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