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박동은]1500만 ‘에이즈 고아’의 눈물을 아십니까

  • 입력 2005년 12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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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가 1981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지 25년이 됐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올해 말까지 에이즈 감염자가 세계적으로 4000만 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는 2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아시아에서는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에서 급격한 에이즈 감염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에이즈 발생이 특히 심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로 인해 평균 수명 감소와 가족 해체, 의료 및 교육체계의 붕괴 등이 발생해 사회 기반이 와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로 성인들이 걸리는 질병으로 알려진 에이즈의 뒷면에는 ‘잊혀진’ 아이들이 있다. 에이즈 고아와 감염 어린이들이다. 해마다 세계적으로 약 60만 명의 어린이(15세 이하 기준)가 에이즈에 감염되고 있으며, 에이즈로 인해 한쪽 부모 또는 양쪽 부모를 모두 잃은 에이즈 고아가 15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입양해 화제가 된 에이즈 고아는 에티오피아에 있는 100만 명의 에이즈 고아 가운데 ‘선택된 1명’일 뿐이다.

에이즈에 감염된 어린이는 세계적으로 200만 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에이즈에 감염된 엄마로부터 에이즈에 감염됐으며 에이즈 치료를 받지 않으면 6세를 넘기지 못하고 거의 사망하게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임신부의 20%가 에이즈 감염자이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들로부터 태어나는 아이들의 약 30%가 에이즈에 감염된다고 한다.

에이즈는 수많은 아이에게서 부모 선생님 형제 등을 앗아가고 있으며 음식 옷 등 생존에 필수적인 것을 박탈한다. 에이즈 고아의 3분의 1은 학업을 중단했으며, 부모라는 보호막을 잃은 아이들은 가난 차별 폭력 인신매매 성착취 등에 시달리다가 자신도 에이즈에 희생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잠비아의 어린이 매춘부의 47%는 양쪽 부모를 잃은 고아이며, 24%는 한쪽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다. 러시아에서는 에이즈 감염 부모로부터 태어나는 아기들의 약 20%가 에이즈 감염에 상관없이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고 있다.

현재 약 60만 명의 어린이가 에이즈 치료를 받아야 하나 실제로 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감염된 엄마가 에이즈 치료를 받으면 모자(母子)감염 비율을 1%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를 받는 임신부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캐럴 벨러미 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사무총장은 “에이즈의 가장 잔인한 유산은 에이즈 고아들이다. 에이즈 고아에 대한 침묵은 우리의 수치이며 이렇게 침묵하는 가운데 아이들은 계속해서 고통 받으며 죽어갈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국회의원 바버라 리는 “에이즈 고아의 생명은 실질적으로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고 호소했다. 작은 정성들이 모이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5만 원이면 캄보디아의 에이즈 고아 2명에게 1년간 음식과 옷을 제공할 수 있으며, 50만 원이면 아프리카 케냐의 에이즈 고아 2명에게 1년간 음식과 옷, 학비까지 제공할 수 있다. 65만 원이면 남아공의 에이즈 고아 350명을 먹일 수 있는 학교농장 운영이 가능하다.

올해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 지 16주년이 되는 해이다. 어린이들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또한 권리의 주체로서 사랑이 있는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를 보장해 주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그들에게 잃어버린 가족 학교 의료 그리고 안전한 환경을 돌려줘야 한다. 이제는 침묵을 깨고 이야기해야 할 때이다. 아울러 행동을 취해야 할 때이다. 우리가 힘을 합쳐 행동을 취할 때 이런 비참한 현실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박동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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