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668>卷七.烏江의 슬픈 노래

  • 입력 2006년 1월 1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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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순철
그림 박순철
“그렇습니다. 조참과 관영은 그대로 초나라 군사들의 부모형제와 처자가 있는 서초(西楚) 땅을 치게 하십시오. 만약 관영이 팽성이라도 떨어뜨리게 되면 10만 정병이 대왕의 본진에 들어 항왕과의 싸움을 거드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진평도 옆에서 그렇게 장량을 거들었다. 한왕이 이내 그 두 사람의 말을 알아들었다. 깊이 생각하는 기색도 없이 조참과 관영에게 보낼 전갈을 고쳤다.

“우승상 조참은 그대로 산동을 휩쓸어 초나라 수장(戍將)들을 제 성읍에 묶어 놓으라. 그리되면 항왕에게 원병을 보낼 엄두를 못 낼 것이니, 항왕은 언제까지고 외로운 군사[고군]를 이끌고 싸워야 할 것이다. 또 하비에 있는 기장(騎將) 관영도 과인에게로 달려오느니보다는 있는 힘을 다해 팽성을 치게 하라. 항왕이 이르기 전에 팽성을 떨어뜨릴 수만 있다면, 초군의 날갯죽지를 꺾어 놓은 것과 다름이 없다. 아무리 사나운 강동의 병사들이라 해도 돌아갈 곳이 없어졌는데 무슨 간담으로 싸우겠느냐?”

그러자 장량이 다시 말했다.

“팽월과 한신을 불러들이는 일도 기한과 장소를 정해야 합니다. 일시에 세 곳의 군세를 한곳에다 모아야 아직도 엄청난 항왕의 기세를 꺾을 수 있습니다.”

“너르고 너른 땅에 제멋대로 내닫는 항왕의 군사들이 언제 어디로 갈지를 어떻게 알 수 있소? 팽월과 한신이 먼저 과인을 찾아와 군세를 하나로 아우른 뒤에 항왕을 찾아 뒤쫓는 수밖에 더 있겠소?”

“그렇지 않습니다. 수풀 속을 함부로 내닫는 토끼에게도 제 길이 있듯이 군사를 움직이는 데는 반드시 정해진 길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치에 맞게 헤아리고 사람을 풀어 그 뒤를 수소문해 보면, 지금 항왕이 잡고 있는 길을 알기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자방이 보기에 항왕이 어디로 해서 팽성으로 돌아갈 것 같소?”

“신이 헤아리기에 항왕에게는 지금 어서 본거지로 돌아가 군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쉬게 하여 대군의 기세를 회복하는 일이 급합니다. 따라서 항왕은 팽월이 길을 끊고 있는 양(梁) 땅을 길게 가로지르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람을 풀어 알아보니 항왕이 이끈 초나라 군사들은 박랑(博浪)에서 홍구(鴻溝)를 따라 남으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아마도 곧장 남쪽으로 달려 대량(大梁)을 지난 뒤에 양하(陽夏)쯤에서 동쪽으로 길을 잡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되면 팽월이 가로막고 있는 양 땅을 단숨에 뚫고 지나간 셈이 되어, 팽성까지 남은 700리는 서초 땅만을 밟고 지날 수가 있습니다.”

거기까지 듣자 한왕도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한신과 팽월을 양하로 부르면 되겠구려. 날은 언제쯤이면 되겠소?”

“그것은 서로 맞춰 봐야 되겠지요. 그게 어긋나면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장량이 그렇게 대답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내일 모레면 겨울 10월로 접어듭니다. 겨울 행군이라 팽월과 한신 모두 채비에 시일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늦출 수도 없으니 보름을 기약해 보시지요. 두 곳에 사자를 보내 보름 안으로 대군을 이끌고 양하에 이르라 하십시오. 항왕이 이끄는 초나라 군사가 서초 땅으로 들어가기 전에 뒤쫓아 쳐부수어야 합니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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