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조건호]한미 FTA 선진경제 도약 기회로

  • 입력 2006년 1월 18일 03시 03분


새해 벽두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촉구하는 여론이 일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도 타결됐다. 한미 양국 간 FTA 협상 개시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지난해 11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FTA 협상 원칙에 양국 정상이 합의했다.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로 양국 간 교역 규모가 40억 달러 증가하고 국내 제조업의 고용 인원이 약 4만 명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한 조사도 있다. 미국이 높은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유지하고 있는 섬유 철강 전자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대한(對韓) 투자도 증가할 것이고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미 FTA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여는 필요조건이며 경제구조의 선진화를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관세율이 미국보다 높아 양국 간 FTA 협상이 타결될 경우 우리만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양국 간 교역 비중이 높은 공산품은 양국의 관세율 차이가 크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교역 규모가 작은 농산물의 경우는 미국의 관세율 9.8%에 비해 우리나라는 52.2%로 5배 이상 높다. 따라서 협상이 시작되면 경쟁력이 취약한 민감 농산물은 양허 제외나 관세인하 유예 기간을 확보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제조업도 양국의 관세율만 놓고 봤을 때 우리가 불리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일본 및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은 단 몇 %의 관세 인하만으로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즉 한미 FTA는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경쟁구도에 영향을 미친다. FTA로 인한 손익을 단순히 양국 관세율로만 평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타결되기까지는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우선 FTA로 인한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자유화가 실현돼야 한다. 통상적으로 개방화에 대해 대부분의 업체가 원론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에서는 의견을 달리한다. 농업은 물론 서비스 분야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섬유나 철강, 일부 전자 분야 등 우리나라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한 부분에서 원산지 규정이나 기술표준을 내세워 우리 제품의 미국 시장 접근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정부의 협상팀은 미국과의 협상 못지않게 국내 관계 부처와 업종별 단체에 대해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둘째, 한미 FTA 협상에서는 법률, 의료, 교육, 물류, 인적자원 이동 등 서비스 분야의 개방 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전체 근로자의 65%가 서비스 산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노동생산성은 미국이나 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먼저 국내 업체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 개방 후 외국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사전에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해당 업계도 구조조정 등 자구 노력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개방의 파고에 대비해야 한다.

셋째, 한미 FTA 협상의 진행 과정이나 타결 이후에도 FTA 협상이 정치 이슈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협상이 개시되는 올해에 지방선거를 치르고 협상 비준이 예상되는 내년에 대통령선거를 하게 된다. 한미 FTA 협상은 대외교역의 다변화와 경제 선진화에 목적이 있는 만큼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미 FTA는 우리에겐 거대 선진 경제권과의 첫 번째 협상인 만큼 협상 자체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오랜 준비의 첫 단추인 만큼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히 협조해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조건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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