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수길]한미 FTA협상 성공하려면

  • 입력 2006년 1월 23일 03시 03분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조만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임을 선언했다.

한미 FTA는 국내 경제에 광범위한 충격과 영향을 초래하고 농업과 주요 서비스 부문에서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반미주의와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부작용도 생길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예방하는 것이 핵심적 과제다.

미국과의 FTA 협상은 대외적인 협상보다 국내 이해 관계자와의 대내적 협상에 난관이 놓여 있다. 이 때문에 고도의 정치적 지도력 발휘가 요구된다.

미국 의회가 한미 FTA 검토에 3개월이 걸린다고 하니 본격적인 협상은 5월경 시작될 것이다. 이 3개월 동안 정부는 한미 FTA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제도 개혁 및 산업 구조조정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우선 한미 FTA를 타결해 현실화할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는 것을 국민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그 이유는 양국의 정치 사정에 있다. 협상이 내년 5월까지 타결되고 미 의회에 제출되어 6월 초까지 비준되지 않으면 협상안 자체가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협상신속타결권(TPA)이 내년 6월 중 만료되기 때문이다. 그 후 미국은 대통령선거의 해로 접어들기 때문에 한미 FTA는 오리무중이 되기 쉽다. 본격적인 대선 열기에 휩싸일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 후 두 나라의 국내 사정이 맞아떨어져 FTA가 재추진된다 해도 족히 10년은 걸릴 것이다. 따라서 가시적인 미래에 한미 FTA를 실현하려면 그 시한은 내년 6월이다. 1년 내에 협상이 타결돼야 하는 것이다.

한미 FTA의 실현이 2010년대로 늦추어진다면 그것은 ‘사후약방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한미 FTA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 중국과의 기술투자 경쟁을 극복하고 제2의 경제 도약을 이루려면 첨단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는 미국 기업들과 제휴를 맺어 그들의 기술력과 서비스 경영 능력을 흡수해 새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산업구조 면에서 보완성이 높다. 이를 이용해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동아시아의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부상해야 한다. 한미 FTA는 이런 제휴를 가능케 하고 촉진해 준다.

한미 FTA가 효과를 내려면 국내 제도 개혁과 구조조정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기대효과 중 중요한 부분들은 국내 투자에 의해 나타날 것이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개혁하고 시장 여건을 조성해 투자 환경을 국제화해야 한다.

아울러 대미 개방으로 충격을 받게 될 산업 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예방해야 한다. 나아가 한미 FTA를 관련 산업의 고도화 및 발전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한 능동적인 산업 구조조정 대책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개방 압력 때문에 할 수 없이 개방해야 한다는 종래의 ‘외압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업구조 선진화와 고부가가치화를 궁극적 목표로 제시하고 시장개방과 아울러 관련 구조조정투자, 인력 양성 및 경영 선진화 대책을 제시하고 추진해야 한다. 정직하게 ‘국익론’을 내세울 때에 불필요한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일도 피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단기적이고 수세적인 ‘뜨거운 감자 돌리기’식의 농업정책에 밀려 농촌경제의 서비스화와 선진생활 공간화가 너무 오랫동안 지체되어 왔다. 그 결과 농민의 고통은 불필요하게 커져 왔다. 시청각, 교육, 의료, 법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의 발전도 마찬가지의 ‘수성론’에 의해 지체되고 있다.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이 이들 부문의 개방과 국제화에 달려 있다. 한류가 이를 입증한다. 한미 FTA를 그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양수길 국가경영전략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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