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기자의 북한 엿보기]<7·끝>고위층 투기 바람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6분


《평양에 사는 전동현 씨는 지난해 말 ㄷ구역의 신축 아파트를 사면서 한참 고민했다. 이 아파트는 40평형대의 고급주택으로 가격이 2만 달러에 이른다. 북한에서 2000달러 이상의 고액거래는 주로 달러로 한다. 물론 국가 모 부서의 외화벌이기관 책임자인 전 씨에겐 큰돈이 아니다. 사두면 1년 안에 수천 달러의 시세차익도 기대된다. 하지만 전 씨는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국가 검열을 우려했다. 자금 출처를 캐물으면 부정축재 사실이 드러나 처벌받기 마련. 전 씨는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결국 아파트를 구입했다. 자기보다 더 높은 간부들도 저마다 사는 것을 보고 그렇게 했다. 설마 노동당이 그들을 다 잡아가 제 발등을 찍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다.》

전 씨가 구입한 아파트는 국가주택이 아니라 곧 ‘주택매매허가증’이 발급될 개인 고급아파트다. 주택의 사유화를 인정하지 않던 북한이었지만 2004년부터는 평양에, 2005년 후반부터는 지방 주요 도시들에 매매가 자유로운 아파트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평양시는 평천, 보통강, 만경대 구역처럼 중심부를 약간 벗어난 곳에, 지방은 강원 원산시 해안동과 동명산동,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과 신암 구역, 평안북도 신의주시 역전동처럼 교통과 장사여건이 좋은 곳이 1차 개발지역이다.

아파트 건축 및 분양과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뤄지는 방식과 거의 비슷하다.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로 독립채산제 기능이 강화된 국영기업들이 건축 및 분양 주체다. 기업은 건설 부지를 물색한 뒤 부지 내에 있는 단층 주택들을 사들인다. 지금은 거의 모든 주택에 시세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설사 국가 소유라도 구입이 어렵지 않다. 그리고 아파트를 지어 개인에게 분양한다.

청진의 한 기업소는 지난해 여름 부유한 개인 전주(錢主)와 중국 자본을 동원해 석 달 만에 10가구 5층짜리 아파트를 지었다. 이 중 한 채는 국가의 지시에 따라 고위 군관(장교)에게 무료로 주었고, 나머지는 한 채에 5000달러씩 팔아 3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종 사업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아파트 개발 분양이 올해 북한의 사업 관련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아파트 분양사업이 활기를 띠는 근저에는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기 시작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가 깔려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북한에서는 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지고 가격도 급상승하고 있다. 교통여건이 좋은 평양시 ㅁ구역 15평형 아파트는 최근 2년 사이 2000달러에서 8000달러로 4배나 뛰었다. 지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아파트 투기 열풍’의 뒤엔 당국의 묵인이 있다. 하기야 누가 누구를 통제할 것인가.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전문가 한마디▼

북한에서 부동산 거래는 오랫동안 정부의 원천적 거래금지정책과 주택분배정책에 의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주택의 크기는 권력의 순위와 계층, 사회의 공헌 여부를 보여 주는 상징적 표현물에 불과하였다. 그렇지만 북한에서도 주택은 항상 주민들의 취득 희망 1순위였고 정부정책에 반해 거래 유혹의 대상이 돼 왔다. 특히 여유자금이 있거나 권력을 통해 남보다 쉽게 부동산 거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계층에는 떨칠 수 없는 유혹으로 작용했다. 관료의 권력이 막강한 북한에서 부동산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잉태하고 있으며 경제 개혁과정에서 부단히 변하는 권력과 빈부(貧富)의 상징물이 될 것이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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