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장관의 출마는 유엔의 도움으로 나라를 세웠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냈으며, 끝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에게 각별한 감회와 자긍심을 갖게 한다. 유엔의 수혜국(受惠國)이었던 한국에서 국제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기아 테러 재난 등 인류의 고민을 푸는 데 앞장서야 할 사무총장 후보가 나온 것은 유엔의 존재 이유를 극적으로 보여 주는 일이다.
당선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가운데 어느 한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 ‘분단국 출신’이라는 점을 걱정하기도 하나 반세기가 넘도록 분단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우리의 경험과 저력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의 발전전략과 세계평화에 대한 기여는 오늘날 많은 국가에 전범(典範)이 되고 있지 않은가.
반 장관은 “사무총장이 된다면 북핵 문제의 평화적 조기(早期) 해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당선된다면 북으로서도 핵 포기와 개혁, 개방만이 살 길임을 더욱 절감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1위, 교역량 12위를 자랑하면서도 때론 편협한 민족주의의 틀 속에 갇히곤 했던 우리의 사고와 행태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라나는 세대들이 ‘세계인’으로서의 강한 성취동기와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반 장관의 도전이 성공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고, ‘평화·안보, 개발, 인권·민주주의’라는 유엔의 목표 구현에도 앞장설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야 한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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