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명화 속 신기한 수학 이야기’

  • 입력 2006년 2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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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신기한 수학 이야기/이명옥 김흥규 지음/247쪽·1만3000원·시공사(2005년)

이제 논술의 키워드는 통합교과적 사고다. 하나의 현상 안에 공통으로 녹아 있는 여러 학문의 원리를 간파해야 한다. 대학들은 그중에서도 수학적 사고력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수학은 보이는 것 이면의 보이지 않는 원리를 파악하는 학문이다. 연필 한 자루는 ‘1’이 아니라 연필일 뿐인 것처럼, 모든 숫자는 사물이 아니라 관념이다. 파이(π)나 삼각형도 마찬가지다. 본래부터 수학은 복잡한 세상을 간편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정신의 도구였다.

수학은 우리의 통념과는 달리 미술에도 큰 자양분이 되었다. 이 책에서 미술과 수학의 신기한 만남을 체험할 수 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삼각형과 직선을 중첩시켜 조화와 균형을 극대화했다. 그림 위에 가상의 선을 그어 보면 정교하게 계산된 기하학의 구도를 확인할 수 있다.

숫자의 비례는 아름다움 자체를 완성시켰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1 대 1.618의 황금비를 이용하여 비너스의 미를 구현했다.

숫자 자체가 명화의 주제를 대변하기도 한다. 뒤러의 ‘멜랑콜리아 1’에는 4×4의 마방진이 나온다. 가로와 세로, 대각선 어느 방향으로 계산해도 숫자들의 합이 34가 나오는 신기한 숫자판이다. 당시에는 이 마방진이 목성을 상징하고 목성은 우울한 기질을 전환시켜 준다고 믿었던 탓이다.

화가들의 수학 사랑은 고정관념을 깨려는 자유로운 예술정신과도 상통한다. 에셔는 ‘폭포’에서 스스로 순환하는 실현 불가능한 폭포를 그렸다. 90도인 건물의 기둥 각을 삼각형의 내각처럼 60도로 살짝 바꾼 덕분에 혼돈과 질서의 딜레마를 멋지게 표현할 수 있었다.

명화에 담긴 시대정신을 읽는 법도 눈여겨볼 만하다. 초현실주의 화가인 달리의 ‘기억의 고집’에는 치즈처럼 물렁하게 흘러내리는 시계들이 나온다. 딱딱하고 기계적인 시간의 노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감성적인 시간을 느끼라는 주문이다. 피카소의 ‘세 악사’에는 조각보처럼 입방체들로 표현된 연주자들이 나온다. 대상을 여러 방향에서 보아야 겉모습이 아닌 본질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상이 담겨 있다.

시대를 넘어 살아 있는 명화들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고전(古典)이다. 명화를 읽는 힘이 곧 수학과 철학을 이해하는 힘이다. 학생들의 넓어진 교양만큼 상상 내공의 수준도 한층 깊어지리라 기대해 본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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