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영호]戰時작전통제권 환수 신중해야

  • 입력 2006년 3월 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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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3일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치사에서 올해 안에 한미 간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환수 계획에 합의하고 이 계획을 순차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예전부터 작전통제권 환수가 ‘자주 군대’의 핵심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번 연설에서 새로운 것은 합의 시점을 ‘올해 안’으로 못 박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6·25전쟁 이후 성립된 한미안보협력체제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잘못하면 심각한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 시한을 정해 밀어붙이기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작전통제권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다. 12·12쿠데타 당시 한미연합사에 배속된 한국군 부대가 미국 측에 사전 통보 절차 없이 쿠데타에 동원됨으로써 한미 간에 합의된 명령계통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근거 없는 미국 책임론이 부각되고 우리 사회에 반미정서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한미 양국은 80년대 말 작전통제권 문제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대북 억지력을 훼손하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 양국은 평시와 전시 작전권의 분리라는 타협안에 합의했다. 그 결과 평시 작전통제권은 1994년 한국 측에 되돌아왔다. 그러나 한반도 상황이 여전히 준(準)전시인 정전 상태임을 고려해 전시 작전통제권과 평시 작전통제권 중 일부의 권한은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의 형식으로 미군 4성 장군이 맡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이 계속 보유하도록 했다.

이러한 타협책은 그동안 대북 억지를 위한 한미연합방위체제의 틀로서 성공적으로 작동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 작전통제권을 완전 회수해 ‘자주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듣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대안적 한미안보체제의 창출에 실패할 경우 심각한 안보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은 작전통제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주성이 없는 한국 정부와는 정치 군사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한국이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 북한이 군사 문제를 한국과 직접 논의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한미연합사령관의 전시 작전권 보유는 한미방위조약에는 없는 유사시 미국의 자동개입 조항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 왔다. 심지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맹국들은 자동개입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脫)냉전기에도 미국에 전시 작전통제권을 계속 부여해 전쟁 억지를 위한 이중 삼중의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있는 실정이다.

미일동맹은 평시 및 전시 모두 미국과 일본이 각국의 군대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하는 병립적 지휘체제다. 현재 한미 간에도 이런 체제가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우리 실정에는 적합하지 않다. 전범(戰犯) 국가였던 일본은 패전 이후 평화헌법에 의해 군대가 아닌 자위대를 갖고 있다. 미국 군대와 성격이 전혀 다른 자위대가 한미연합 혹은 나토와 같은 체제를 구성하는 데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미일 양국은 병렬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일본이 헌법을 개정해 본격적으로 군사대국으로 등장할 경우 미일동맹은 오히려 한미연합체제와 같은 더욱 견고한 방위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전시 작전통제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려면 조기경보체제와 함께 위기관리를 위한 군사정보 수집 능력이 갖추어져야 한다. 한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현재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능력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우리의 국방비도 최소한 GDP 대비 3.2% 이상으로 증액돼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드는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면서 ‘자주 군대’라는 이상론만 펴고 있다. 안보 문제가 정권의 업적 과시용으로 정치논리에 떠밀려서는 안 된다. 더욱이 북핵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역주행(逆走行)의 논리를 앞세워, 성공적으로 작동해 온 한미연합방위체제를 뚜렷한 대안 없이 현 시점에서 손대는 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영호 객원논설위원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

youngho@sungsh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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