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홍진표]‘통일카드’로 국민지지 얻겠다고?

  • 입력 2006년 3월 1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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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추진을 놓고 연방제 추진 음모라거나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통일카드’ 만들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여권이 남북정상회담 실현을 바라고 있으며, 이를 업적으로 부각시키길 바란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반(反)여권에서는 여권의 통일카드에 대해 상당한 공포감을 갖고 있다. 남북 화해 무드 조성이 대선에서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나아가 북한 주도 통일의 시작으로 보이는 ‘남북연방제’라는 끔찍한 악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통일카드의 위력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김정일이 서울로 오느냐, 합의사항이 무엇이냐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 하지만 통일이 국민의 마음을 장기간 결정적으로 붙잡을 만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광복 60주년에 즈음한 지난해 8월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앞으로 10년간 한국 사회의 극복과제 중 정치 분야에서는 ‘국민통합기능 강화’(23%) ‘정부행정효율’(15%) ‘기업투명경영’(12.1%) ‘남북통일’(9.8%) 순으로 통일이 말석으로 밀려나 있다. 통일에 대한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특히 통일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설문은 통일의 거대한 명분에 눌려 솔직하게 답하지 않은 사람들이 꽤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많은 사람은 통일이 남한의 부담을 크게 늘리고, 때로는 북한 주민들의 대대적인 남한 유입으로 큰 혼란이 벌어질 거라는 우려 때문에, 좋든 싫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가 잘 관리되는 걸 은연중에 바라고 있다. 바로 이런 심리가 김정일 체제 유지에 핵심을 두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지지 또는 방관으로 표현된다.

북한체제에 큰 변화가 생기더라도 남북 간의 조기 통합을 유보하고 인적교류와 거주이전을 제한하면서 북한의 재건에 집중하는 현실적 방안을 채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통일은 ‘독일식’밖에 없다는 선입견 때문에 통일 기피증에 빠져 있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 통일 열기를 끌어내어 정치적 지지를 확대한다는 전략은 한마디로 20세기적인, 구시대적 발상이다.

물론 국민이 통일에 대해서는 별 매력을 못 느끼지만 남북 간의 안정을 바란다는 점에서 남북정상이 핵문제 등에서 돌파구를 연다면 일정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일 체제는 핵문제를 풀더라도 반드시 미국과의 거래를 통해야 큰 대가를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남한 정부와의 빅딜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에서 설사 ‘핵동결’ 정도의 선물을 남한에 준다고 해도 그 효과는 일시적인 데 그칠 것이다.

여권 내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핵문제의 돌파구를 여는 데 주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연방제 추진과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당면과제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한편 북한 입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연방제가 남북 간에 합의되는 것은 북한 주도 통일노선의 승리라는 선전적 측면에서 당연히 관심이 높겠지만 실제 추진되는 문제는 그리 단순치 않다. 지금 김정일 체제는 북한 내의 독점적 권력을 유지하는 데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으며 이를 다소라도 방해할 요소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 통일은 북한 통치 이데올로기의 핵심요소이지만 막상 통일을 추진한다는 것이 도움이 될지는 계산서가 잘 나오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 총선 직후 여당이 제안한 남북국회회담에 대해서도 응답이 없다. 자신들에 우호적인 여당과 민주노동당이 국회에서 우세를 점하는 상황에서도 남북국회회담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김정일이 비록 형식적이라 하더라도 남북협의기구의 설치를 전제하는 남북연방제의 실시를 어떻게 여길지 궁금하다.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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