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따로 논제를 주지 않고 제시문 내용에서 스스로 논제를 찾도록 하는 문제가 자주 출제됩니다. 예를 들면 제시문의 공통 주제를 찾아서 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라는 식이죠. 이렇게 되면 제시문의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가 하는 것이 논술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둘째는 제시문이 다양해지고 또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당장은 썩 반갑지 않은 경향이지만, 대학 공부를 위해서 멀리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 공부를 위해서는 우선 책을 제대로 읽고 이해할 능력이 있어야겠죠. 물론 수능 언어 제시문 수준의 글을 읽는 능력이 기본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습니다. 조금 더 밀도 있고, 호흡이 긴 글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수능 준비 과정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 줄 것을 대학은 원하고 있는 셈입니다.
글 읽는 연습을 평소에 꾸준히 해야겠지만 문제는 시험 현장의 조건입니다. 제시문 읽기가 중요하다고 해서 하염없이 제시문만 보고 있을 수 없는 것이죠. 답안 작성에 시간 제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그동안 쌓은 실력을 발휘해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분석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때로는 제시문이 길거나 여럿인 경우가 있고, 더구나 익숙하지 않고 난해한 개념들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학 작품인 경우에는 문학적 수사나 구성상의 복선 때문에 제시문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시간을 절약하면서 제시문에 접근하기 위해서 다음 세 가지 사항에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원칙적으로는 제시문의 내용 전체를 빠짐없이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파악하기 힘든 부분에 얽매여 시간을 낭비하다 보면 정작 글을 작성할 시간이 부족해지겠죠. 특히 문단별 중심 내용만 대략 파악해도 답안을 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논제의 경우에는 세밀한 부분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제시문이 어려울 경우에는 전체에 대한 완결된 독해보다는 논제가 요구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제시문을 요약하고 정리하는 지혜도 때로는 필요합니다. 앞서 논제 파악에서는 숲보다 나무 하나하나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시험 현장에서 제시문을 파악할 때에는 나무보다 숲 전체를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둘째, 때로는 문단별로 핵심 내용을 정리하여 종합하기 보다는 핵심 문단을 찾아내고 그 문단을 중심으로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 주장과 논거가 한두 단락에 집중되어 있는 제시문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시문을 읽으면서 핵심 문단이 있는 글인지 아닌지 글의 구조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단별로 주제문을 찾고 이를 연결하여 전체를 파악하는 방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전체 주장이 집약되어 있는 문단이 없는 경우 이 방법을 적용해야겠죠.
셋째, 제시문을 분석할 때에는 논리적인 구조를 파악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제시문 전체를 평면적으로 요약하기보다는 글의 논리적 뼈대를 발라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특히 자주 제시되는 논증적인 텍스트의 경우, 다음 세 가지가 기본적으로 중요합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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