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정 회장은 언제 귀국하고, 현대차그룹은 어떤 후속대책을 준비하고 있을까.
검찰이 금융브로커 김재록 씨에게서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한 내밀한 진술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 ‘왕자의 난’으로 조기 후계구도 집착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경영권 조기 승계’에 집착한 결정적 계기를 2000년의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보고 있다.
당시 정 회장은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창업주의 장남이면서도 부친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동생인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과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도 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은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정리해 아들의 경영활동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들이 많았던 정 창업주와 달리 정 회장은 아들이 하나뿐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 회장과 정 사장의 나이차가 많은 것도 경영권 승계를 서두른 이유다. 올해 정 회장은 68세, 정 사장은 36세다. 아직 건강에 문제가 없지만 고희를 바라보는 정 회장이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다른 그룹의 오너 2, 3세와 비교해도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과장, 1999년 현대차 이사, 2001년 현대차 상무, 2002년 현대모비스 전무, 2003년 현대차 부사장, 2005년 기아차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재용(在鎔) 씨가 정 사장보다 두 살 위지만 아직 상무인 점과 비교하면 정 사장이 얼마나 빨리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올랐는지를 알 수 있다.
○ “정 회장 주말 전후해 귀국”
미국에 체류 중인 정 회장은 이번 주말을 전후해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6일 “당초 예정대로 정 회장이 주말을 전후해 귀국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정확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확정되더라도 시기를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2일 출국할 때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체류기간이 1주일 정도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적절한 시점을 택해 대국민 사과 및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이 글로비스 등 일부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 사회에 헌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그룹 측은 “아직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으나 ‘시기를 조율하고 있을 뿐’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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