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車 투명 경영으로 거듭나야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계열사인 글로비스 주식 1조 원 상당을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하겠다고 어제 발표했다. 기부금 액수만 놓고 보면 최근 삼성그룹의 8000억 원 사회 환원보다 많은 기업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런데도 감동이 적은 것은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몰아주기’로 급성장한 회사이고 편법 상속의 도구로 활용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비스는 2001년 설립 당시 자본금이 50억 원이었다. 정몽구 정의선 부자의 지분이 60%나 되는 이 회사는 현대차그룹의 내부거래에 힘입어 4년 만에 연간 1조5400억 원 매출에 79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1조 원 상당이라고 발표했지만 비자금 사건이 터진 뒤 글로비스 주식은 폭락하고 있다. 정 씨 부자는 주가가 더 떨어지면 다른 사재(私財)를 보태 1조 원 환원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정 씨 부자의 글로비스 주식을 모두 기부함으로써 경영권의 편법 승계 논란을 털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현대차그룹의 승계는 글로비스 지분을 통해 모기업의 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해졌다. 정의선 사장은 부친에게서 증여 또는 상속을 받고 세금을 내는 형태로 기업을 승계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것이 정당한 방법이다.

정 씨 부자의 기부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기업의 사회 공헌은 일자리 창출과 세금 납부로 충분하며 기부를 하더라도 자발적이어야 한다. 사회 여론이나 검찰 수사에 밀려 하는 사회 공헌은 검찰에 대한 선처 호소용이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다. 사주 아들일지라도 경영능력을 갖췄는지 사내외의 검증을 받아야 하며, 상속에 따른 세금을 제대로 내는 적법한 승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사건을 쓴 교훈으로 받아들여 투명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검찰도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흔들려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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