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에 사는 레밍이라는 들쥐들은 일 년에 한 차례씩 ‘죽음의 질주’를 벌인다. 영문도 모르는 채 무리지어 하루 종일 뛰어다니다가 절벽에 떨어져 죽고 마는 것이다. 들쥐들이 뛰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쥐들은 떼를 지어 사는 동물이다. 어느 날 앞의 쥐들이 우연히 뛰기 시작하면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뒤의 쥐들도 덩달아 뛰게 된다. 맹렬히 추격해오는 뒷놈들의 기세가 두려워 다시 앞의 쥐들은 더욱더 달리게 되고 이에 뒤질세라 뒤의 쥐들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리고 이 황당한 질주는 절벽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장소에 이르러서야 끝을 맺는다.
경쟁 자체에 몰두한 나머지, 정작 왜 이겨야 하는지를 망각한 레밍의 일화는 십대들에게 훌륭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십대들 역시 커다란 삶의 목표로서의 미래보다는 그날그날의 자잘한 현재 속에 파묻히기 쉬운 까닭이다.
‘십대를 위한 자기 탐색 교과서’란 부제처럼 이 책은 나는 내가 만든다는 모토 아래 나는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그 삶을 이룰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공감을 자아내는 수많은 예화와 실천 가능한 탐색과제들은 어떻게 비전을 세우고 자기를 관리하며,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을 것인지 세세히 알려준다.
예를 들어 ‘주먹 쥐고 일어서’나 ‘늑대와 춤을’ 같은 인디언식 이름 짓기는 자신의 장점과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계기가 된다. 스스로 자기 마음을 곧추세우기 위해 쓰는 명상글, 히포메마타(hypomemata)는 일상의 여러 문제와 욕구를 해결할 힘이자, 내 인생의 격언이 된다. 또 26세의 나이에 사형대 앞에 섰던 도스토옙스키의 예화를 떠올려 보자. 만일 내 인생의 졸업식을 가정해 본다면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과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자명해질 것이다.
떠밀려 하는 공부는 피곤하다. 논술의 진정한 목표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따짐으로써 무의미한 삶을 유의미한 삶으로 바꾸는 일이다. 하루하루의 일과와 성적에 매달려 떠밀려 사는 십대들에게 나에서 우리로, 현재에서 미래로 사고의 틀을 넓혀나가는 이 책은 새로운 다짐과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라는 존재가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발전하는 나를 만들고 싶다면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바꾸는 작업에 착수하라고 이 책은 충고한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