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메신저]월드컵은 축제… 승부에 집착 말자

  • 입력 2006년 6월 8일 03시 00분


토고축구대표팀과 아마추어팀 FC방겐의 평가전이 열린 6일(현지 시간) 독일 방겐은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이날 경기는 오후 6시 반에 열렸지만 점심시간부터 방겐 시내 거리에는 토고 국기를 온몸에 두르고 얼굴에 토고 국기나 아프리카 스티커를 붙인 남녀노소 팬들로 가득 찼다.

오랜만의 따사로운 햇살은 분위기를 더욱 돋웠다. 경기 3시간 전 만난 독일 청소년들은 기자를 보더니 대뜸 다가와서는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방겐에서 기차로 4시간이나 걸리는 뮐라커에서 원정 응원을 왔다고 했다. 토비아스 볼링거(16) 군은 “월드컵을 정말 보고 싶은데 본선 입장권은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월드컵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토고를 응원하러 왔다”며 즐거워했다.

한쪽만 좌석이 있고 나머지 3개면은 좌석도 없는 열악한 동네 축구장이지만 알고이 경기장은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없이 팬들로 가득 찼다.

공식 관중은 7500명으로 집계됐다. 방겐 인구가 2만 명이니 도시가 들썩들썩한다는 게 전혀 과장이 아니다.

전반 34분 에마뉘엘 아데바요르가 첫 골을 터뜨리자 1만여 관중의 함성은 하늘을 찔렀다.

FC방겐 선수들은 네 골이나 먹었지만 월드컵 대표선수와 경기를 한 것이 신나기만 했다. 이날 수비수로 출전한 미하엘 리터(은행원)는 “팬들의 열광과 함성에 나도 스타 선수가 된 듯한 열정을 느꼈다”고 했다.

가나와의 평가전 패배 이후 집단 충격에 빠져 16강 진출 비관으로 가득 차 있는 한국인들에게 방겐 시민들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월드컵은 축제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승부에만 집착하고 일희일비하기에는 이 축제가 너무 아깝다. 이제는 우리도 좀 더 멋지게 축제를 즐겨야 할 때다. 축구는 결국 행복을 전달해 주는 도구이고 월드컵은 축구를 통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방겐=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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