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이 교육·의료시장 개방을 요구 않는 이유

  • 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0분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에서 한국의 교육과 의료서비스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많은 한국인이 유학이나 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와서 돈을 써 주니’ 굳이 한국시장에 진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 덕분에 미국의 숙박, 관광, 쇼핑업체들까지 덩달아 호황을 누린다. 그러니 한국시장의 거미줄 같은 규제와 한국인들의 과잉경계(警戒)에 시달리면서 한국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미국은 교육 및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한국의 비영리법인 제도 변경에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당연한 일이다. 미국이 한국의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우리 정부가 국내 서비스시장에서의 고급 수요를 무시하고 ‘평등을 위한 규제’를 계속하는 한 국내 서비스산업의 질은 떨어지고 미국 서비스시장에 대한 한국인의 선호와 직접 구매는 늘어나게 돼 있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은 시장개방으로 민영의료법인과 외국교육기관을 허가하면 공영의료보험과 공교육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소비의 국제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국내 서비스산업을 규제하면 할수록 국내 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유층은 해외서비스를 직접 구매하면 되지만 중산층, 서민층은 질 낮은 국내 서비스를 강매당할 수밖에 없고 결국 국내 서비스산업은 더 무너지는 악순환이 빚어진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교육수지 적자는 34억 달러(약 3조 원)에 달했다. 의료수지 적자도 4억 달러로 추산된다. 전체 서비스 수지는 131억 달러 적자였다. 올해도 1분기에 벌써 50억 달러 적자다. 의료산업 경쟁력은 미국의 26%, 일본의 38%에 불과하다는 것이 삼성의료경영연구소 등의 분석이다. 정부는 한미 FTA 체결을 교육·의료시장 경쟁력 강화의 지렛대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어렵게 됐다.

우리 스스로 개혁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집단이기주의 세력에 맞서 교육과 의료분야에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공공의료와 공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고급 수요를 충족시킬 민영 의료법인과 교육기관을 허용해야 한다. 이런 것이 바로 중산·서민층을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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