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2시 반 서울 여의도 굿모닝신한증권 1층 로비. 구필화가 박정(32) 씨가 휠체어에 앉아 입에 붓을 물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로비를 오가던 회사원들은 박 씨의 입에서 펼쳐지는 전원 풍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척추가 부러지면서 전신마비가 됐다. 현재는 목 윗부분만 움직일 수 있다.
3년 동안 방안에만 처박혀 있던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뻐 그림에 매달렸다”고 그는 말했다.
박 씨는 3년 동안 그림에 매달린 끝에 공모전을 통과했고 2000년에는 국전에서 입상했다.
지금까지 40여 차례의 전시회를 열었다. 2월에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선정한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에 뽑혔다.
이날 행사는 굿모닝신한증권이 주최한 ‘구족화가 작품전’. 박 씨는 족필화가인 임인석(36) 씨와 함께 첫날 시연을 맡았다.
전시회에는 단국대 오순이 교수 등 구족화가 22명의 작품 24점과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살아 있는 비너스’ 앨리슨 래퍼 씨의 작품 2점이 함께 선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 봉사동아리 ‘사사모(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대리급 이하로 구성된 ‘영리더’가 행사를 기획했다.
영리더 회장 황현돈(30) 주임은 “홀트재단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던 인연 때문에 전시회를 열기로 결정했다”며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다는 얘기에 구족화가들이 기꺼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미숙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적다고 들었는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전시회의 수익금에 회사의 기부금을 합쳐 홀트아동복지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30일까지 열린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