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김중규 교장 “자신감 북돋우니 꿈이 싹트더군요”

  • 입력 2006년 7월 22일 02시 57분


김중규 보은정보고 교장은 살아 있는 경제 교육을 통해 시골 학교를 ‘학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로 가꾸는 것이 소망이다. 그는 40년 교직 생활의 대부분을 이 지역(충북 보은군)에서 보냈다. 보은=유재동  기자
김중규 보은정보고 교장은 살아 있는 경제 교육을 통해 시골 학교를 ‘학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로 가꾸는 것이 소망이다. 그는 40년 교직 생활의 대부분을 이 지역(충북 보은군)에서 보냈다. 보은=유재동 기자
그들은 자칫하면 낙오자가 될 뻔했다.

학생들은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집안 살림은 하나같이 넉넉하지 못했다.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학과 성적도 시원치 않았다. 주위에서는 “인문계 고등학교도 못 간 놈들”이라며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자식이 실업계 고교에 다니는 것이 그렇게도 창피했던 것일까. 어머니는 집안에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방에 있는 교과서를 돌려 꽂아 놓기 일쑤였다.

충북 보은군 보은정보고 김중규(60) 교장. 그는 올해 3월 이 학교에 부임했다. 의기소침해하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했다.

그는 직접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각 학급을 돌아다니며 1시간씩 특강에 나섰다.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실업계 고교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 학생들이 앞으로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말이죠.”

김 교장은 학생들의 집으로 가정통신문도 발송했다.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싶어서였다. 아이의 대학 진학을 포기한 때문인지, 아니면 생업이 바빠서인지 부모들이 학교에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 아이들을 우리가 끌어안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학생들은 지도하는 사람에 의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장은 창업 동아리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렸다.

이 학교에는 2년 전부터 4개의 창업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었다. 특산품 등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파는 ‘학생 기업’이다. 수익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전액 기부하고 있다. ▶본보 18일자 A12면 참조

그는 동아리 활동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더 많은 학생에게 동아리 참가를 권유했다.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올해부터는 매달 기업인, 고위 공무원 등을 학교로 초청해 학생들에게 특강하고 있다.

얼마 뒤 마치 그의 소망처럼 아이들의 눈빛은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비록 수업 시간을 못 견디는 아이들도 동아리 활동을 할 때만큼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그들은 직접 물건을 만들고, 포장하고, 팔아 보는 데서 남다른 재미를 느꼈다. 공부 말고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 그것은 세상의 어떤 지식보다 값졌다.

“처음엔 시큰둥했던 학부모들도 이제는 ‘우리 아이도 참여하게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김 교장은 “대학에서 학생회 활동이나 봉사 활동에는 가점을 주면서 창업 동아리 경력을 높이 쳐 주는 데는 없다”고 아쉬워했다. 대학이 성적이 뛰어난 학생을 뽑을지언정 다양한 경험을 한 학생은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모든 칭찬을 교사와 학생들에게 돌렸다.

“동아리 활동은 주로 방과 후나 휴일에 이뤄지는데도 교사들은 불평 한마디 없습니다. 아이들도 잘 따라 줬습니다. 사실 전 한 것도 없는데…. 저는 기사에서 클로즈업하지 말아 주세요.”보은=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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