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민 칼럼]닮은꼴 민노총과 북한

  • 입력 2006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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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북한은 신기하게도 닮은 점이 많다.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도 그렇거니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도 유사하다. 지구상 거의 유일한 공산국가 북한이 뻔히 틀린 답에 매달리고 있는 것처럼 민노총도 노사가 공멸하는 길에 몰입하고 있다. 시장경제에 반대하며 ‘자본주의의 괴수 미국’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도 두 집단의 공통점이다.

포스코 본사 점거 현장에서 민노총 노조원들이 사제 화염방사기로 경찰을 ‘진압’하던 장면은 북한 정권이 미사일로 세계를 ‘제압’하려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호전적인 두 집단이 공격용 무기에 집착하는 것이나 그것들을 만들어 내는 솜씨가 탁월한 점도 닮았다. 죽창에서 화염방사기에 이르기까지, 또는 스커드에서 대포동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불법무기는 종류도 다양하고 성능도 계속 개량되고 있다. 민노총은 ‘전 세계 노동자와 연대를 강화해 전쟁과 핵무기 위협에 맞서 세계평화를 실현한다’고 홈페이지에서 약속했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침묵하는 이중성을 보임으로써 두 집단의 유유상종(類類相從)을 입증하고 있다.

인질을 잡고 투쟁을 벌이는 방식도 둘이 비슷하다. 북한이 걸핏하면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한국은 그들이 국제사회를 협박할 때마다 민족공조의 끈으로 묶여 있는 인질이다. 민노총 노조원들이 사용주들을 압박하기 위해 선택한 인질은 자신들의 소속 업체가 아닌 공사 발주업체 포스코였다. 여기서 인질이 된 한국과 포스코는 바로 인질범들인 북한과 농성 근로자를 먹여 살리는 주체들이기도 하다.

민노총과 북한 두 집단이 참여정부의 옹호와 지원을 받아 온 것도 공통점이다. 북한이 달러를 위조하고 마약을 밀매해도 이 정권은 ‘증거도 없이 미국으로부터 압박받는’ 북한 편이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그들의 자위수단이라고 변호하는 한국 정부가 있는 한 그 제조비용 중 상당 부분은 우리의 부담이다. 정부는 먹이를 주는 손을 물어뜯는 북한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는커녕 그럴수록 더 많은 먹이를 주려는 모습이다. 인질이 된 처지에 인질범을 감싸고 보호하려 애쓰는 것은 혹 국민 모르는 사연이라도 있어서인가.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평택 대추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전국의 폭력시위를 주도하거나 참여한 민노총에 대해서도 정부는 그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공권력을 침묵시킴으로써 나쁜 버릇만 들였다.

민노총과 북한은 이처럼 공통점이 많지만 두 집단 간에는 결정적 차이도 하나 있다. 북한이 들끓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초지일관 선군정치로 고립의 길을 가고 있는 것과 달리 민노총은 드물지만 간혹 국민의 질책 여론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어 일말의 변화 가능성을 읽게 한다. 지난주 포스코 사태 때 근로자들 가운데 포항시민들의 강한 반발에 흔들려 이탈자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여론의 영향을 받은 구체적 사례다. 그들이 해산한 것은 정부가 강력 대응을 선언한 직후였지만 노조원들은 이미 비판 여론에 상당히 흔들리고 있을 때였다. 울산에서 민노총 산하 노조가 현대차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상인들한테 물건을 안 사주겠다며 이른바 ‘소비파업’이라는 신종 투쟁방식을 선택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물러선 것도 여론이 승리한 경우다. 노조가 여론을 무시하고 소비파업을 계속했다면 거꾸로 상인들이 민노총 노조원들에게는 밥 안 팔고 차 안 태워 주기 운동에 나설 분위기였다. 정권의 성향을 고려할 때 여론이 고함을 치지 않더라도 정부가 스스로 민노총의 불법시위에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계속 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는데 국민이 민노총의 불법파업과 그것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정부를 향해 때마다 더 큰 소리로 질타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민노총도 이제는 스스로를 위해 노선과 투쟁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 정권이 편협한 외교정책으로 나라를 얼마나 고립시켰고 사회주의 경제정책으로 국가경제를 얼마나 척박하게 만들었는지 훗날 심판받게 될 것처럼 민노총 역시 당신들의 과격행동이 이 시대 나라경제를 얼마나 손상시켰는지 평가받을 날이 올 것이다. 민노총이 북한을 닮은 행동에서 서둘러 벗어나 건설적 노동운동을 하는 것이 그런 날에 대비한 묘책이자 오늘날 수렁에 빠진 한국경제를 건지는 길이기도 하다.

이규민 大記者 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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