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前 국방장관·軍 원로 15인의 성난 목소리

  • 입력 2006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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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방부 장관 13명과 예비역 대장 등 15명의 군(軍) 원로들이 어제 국방부를 찾아가 윤광웅 국방부 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군 원로들은 노무현 정권의 한미동맹 이탈 현상 및 전시(戰時)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집중 거론하면서 “지금은 오히려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모임은 원로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6·25전쟁 참전용사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던 한미동맹은 어떤 경우에도 깨져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는 6·25전쟁 발발 과정을 상기시키면서 “더 이상의 미군 철수와 한미연합사 해체, 주한미군사령관의 중장 직위로의 격하 등은 한국 방위를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노재현 전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은 양국이 공동 행사하게 돼 있으므로 현 정권이 쓰는 ‘환수’라는 용어는 맞지 않다”며 “이 말은 반미(反美)주의자들에게 솔깃하게 들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은 전 장관은 “작전통제권을 단독 행사하려면 정보력이 필수인데 미국이 변함없이 정보 지원을 해 주겠느냐”며 현실을 바로 보라고 질타했다. 두 전 장관의 지적은 현 정권이 한미연합방위체제의 기본 성격조차 모른 채 작전통제권 문제를 들고 나오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이상훈 전 장관은 “일본은 2008년에 한미연합사를 본떠 ‘일미(日美)연합사’를 만들려고 하는 판에 우리는 왜 거꾸로 가겠다는 거냐”고 꾸짖고 “안보는 한번 잘못되면 큰일 나기 때문에 지나칠 정도로 강화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원로들의 쓴소리는 결국 군 최고통수권자인 노 대통령에 대한 우려와 경고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더 삐걱거리는 한미관계와 가중되는 안보 불안감에 대한 국민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한 것이기도 하다.

군의 존재 의의는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데 있지, 특정 정권의 변질된 안보관(安保觀)을 뒷받침하는 데 있지 않다. 대통령과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군 원로들의 ‘성난 목소리’에 담긴 충정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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